[창간 28주년]불경기에 초저가·무한리필 메뉴 다시 뜬다
[창간 28주년]불경기에 초저가·무한리필 메뉴 다시 뜬다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4.07.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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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원 생맥주·1만9900원 고기 뷔페… ‘초저가’ 프랜차이즈 핫플 등극
명륜진사갈비는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이후 올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왼쪽)  초저가 콘셉트의 일본풍 주점 ‘생마차’, 지난 14일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손님들로 만석을 이루고 있다.  사진=업체 제공, 정태권 기자 mana@
명륜진사갈비는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이후 올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왼쪽) 초저가 콘셉트의 일본풍 주점 ‘생마차’, 지난 14일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손님들로 만석을 이루고 있다. 사진=업체 제공, 정태권 기자 mana@

고물가 시대, 제조업과 유통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초저가 열풍이 외식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초저가 이자카야, 무한리필 고기뷔페 등 경기 불황일 때면 어김없이 유행하던 초저가 메뉴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모양새다. 그동안 ‘가성비’, ‘가심비’, ‘갓성비’ 등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던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근 ‘초저가’·‘무한리필’ 메뉴를 내세우며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각사 제공

‘가성비’는 옛말, 이제는 ‘초저가’다

#20대 직장인 A씨는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친구들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초저가 콘셉트의 이자카야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생맥주(300㏄ 기준) 한 잔에 1900원, 닭날개 튀김을 한 개에 900원에 판매한다. 이외에 치킨가라아게, 유린기, 감자튀김 등 다른 안주들도 대부분 가격이 1만 원대를 넘지 않는다. A씨는 “원래라면 이자카야나 호프집은 식사를 마치고 2차로 가볍게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깃집이나 치킨집, 횟집 등의 메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1차부터 저렴한 초저가 주점을 찾는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메뉴도 다양해 친구들과 부담 없이 이것저것 시켜먹기 좋다”고 말했다.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내걸고 있는 키워드는 ‘초저가’다. 한때 외식업계는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고급 식재료 등을 사용한 프리미엄 메뉴들이 인기를 끌었으나 계속되는 고물가 현상과 외식물가 상승으로 대패삼겹살, 초저가 주점, 무한리필 고기뷔페 등 초저가 메뉴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빅데이터 조사·분석 업체 아하트렌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식 가맹 사업자로 등록된 외식 프랜차이즈 5123개 브랜드의 검색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가성비를 넘어 초저가를 내세운 외식 브랜드들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에 가성비 메뉴가 흥행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급성장했고, 1인당 1~2만 원대의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고기 뷔페, 초밥 뷔페, 무한리필 샤브샤브 전문점 등이 사랑을 받았다. 메이저 치킨 브랜드의 치킨값이 오르자 한 마리에 1만 원 내외의 옛날통닭 브랜드가 부상하기도 했다.

초저가 콘셉트의 일본풍 주점 ‘생마차’.  사진=업체 제공, 정태권 기자 mana@
초저가 콘셉트의 일본풍 주점 ‘생마차’. 사진=정태권 기자 mana@

최근에는 이 같은 가성비 트렌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가격에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은 초저가 외식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아하트렌드에 따르면 술과 안주가 매우 저렴한 초저가 주점이 두각을 나타냈다. ‘쏘시지요’, ‘생마차’, ‘단토리’ 등 초저가 콘셉트의 일본풍 이자카야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이지만 매월 큰 폭으로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브랜드들은 생맥주 한 잔에 1900원, 하이볼 한 잔에 3900원, 꼬치 안주 하나에 900원 등 가성비를 넘은 초저가 메뉴들을 내세우고 있다. 

초저가 콘셉트의 이자카야 브랜드 검색량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4만여 건을 기록했으며, 이후 매월 상승률을 보이다 올해 2월에서 3월 사이에 6만여 건에서 10만 건까지 크게 치솟았다.

일반 삼겹살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냉동삼겹살’과 ‘대패삼겹살’의 최근 검색량도 크게 증가했다. ‘냉삼’ 또는 ‘대패’가 포함된 육류구이 전문점들의 검색량을 살펴본 결과 상위 17개 브랜드의 검색량은 2023년 1분기 23만6000건에서 2024년 1분기 37만4000건으로 약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리적인 가격의 무한리필, 뷔페식 외식 프랜차이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 이후 검색량이 급증한 ‘명륜진사갈비’를 비롯해 ‘청년고기장수’, ‘육미제당’ 등이 새로운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삼겹살 1인분 ‘2만 원’ 시대… 무한리필 고깃집 인기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B씨는 이번 달 팀원들과의 회식 장소를 무한리필 고기 뷔페로 정했다. 최근 가족들과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찾은 고깃집의 가격이 삼겹살(1인분 160g) 1만8000원, 소주는 6000원, 맥주는 7000원이었다”며 “어느새 이렇게나 가격이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삼겹살은 서민 음식이 아니라 귀족 음식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원들과의 회식비도 부담이 돼서 이번 회식은 1인당 1만9900원에 무제한으로 고기를 즐길 수 있는 무한리필 고기뷔페로 정했다. 이마저도 가격이 오른다면 회식과 외식 횟수를 줄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민 음식’의 대명사이자 직장인 회식 메뉴 1위인 삼겹살과 소주는 이제 서민이 쉽게 먹고 즐길 수 없는 음식이 됐다. 지난 11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삼겹살 1인분(200g)의 평균 가격은 2만83원으로 처음으로 2만 원을 돌파했다. 4월(1만9981원) 대비 102원(0.5%) 오른 수준이다.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등 주요 도심 유명 고깃집의 경우 삼겹살 1인분을 150g으로 정하고 1만7000원~1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를 200g 기준으로 환산하면 2만 원을 넘어 2만5000원대에 이른다. 

소주·맥주 가격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000~5000원이었으나 연말에 주류 회사들이 출고가를 7% 안팎으로 인상하면서 현재 식당에서 소주는 통상 1병에 5000~6000원, 맥주는 6000원에 이른다. 일부 고급 음식점의 경우는 소주 1병에 7000원, 맥주 1병에 8000원까지도 받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속에 외식비 부담을 안고 있는 소비자들이 결국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를 찾게 돼 있다”며 “초저가 외식 브랜드와 무한리필 업종이 떠오르는 것은 이 같은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새 뜨는 초저가·무한리필 외식 브랜드는?
NEW 버전으로 재도약 성공… 숯불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이후 올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지난 2022년 8월 ‘NEW 버전’을 선보인 숯불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다. 새롭게 탄생한 명륜진사갈비 매장에서는 1만9900원의 가격에 숯불돼지갈비, 프렌치렉, 목살, 통삼겹살, 숯불닭갈비, 벌집껍데기 등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떡볶이, 튀김, 잡채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있는 프리미엄 셀프바까지 마련, 고물가 시대에 높은 가성비를 내세우며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명륜진사갈비는 브랜드 리뉴얼 이후 2023년 한 해에만 신규 가맹점 138개점을 출점했으며 현재 600호점을 돌파했다. 또한 2023년 12월 전 가맹점 평균 매출이 1억 원을 넘어섰다. 1명의 점주가 2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비율도 급증했다. 본사 측에 따르면 명륜진사갈비의 다점포 매장은 172개 이상이며 다점포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은 전체 가맹점의 약 28%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 4월 전속 모델로 배우 남궁민을 발탁하며 브랜드 홍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남궁민을 모델로 한 새로운 광고는 명륜진사갈비를 ‘대한민국 고기테마파크’로 표현,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설레는 감정을 재밌게 담아냈다.


 

오사카 감성의 초저가 이자카야 ‘쏘시지요’

가맹사업 시작 4개월 만에 가맹점 100개 돌파

쏘시지요는 지난 1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가맹점 100개를 돌파한 초저가 일식주점이다. 고물가로 외식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규 프랜차이즈가 1년도 안 돼 가맹점 100개를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쏘시지요의 인기 비결은 가성비를 뛰어넘는 다양한 초저가 메뉴들과 실제로 일본의 주점에 와있는 듯한 매장 분위기다. 

쏘시지요를 론칭한 함께그린㈜은 일본의 정취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 한국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메뉴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가맹 1호점 오픈 1개월 만에 31호점까지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쏘시지요의 주요 메뉴 가격은 생맥주 한 잔(300㏄) 1900원, 닭날개 튀김 한 개 990원, 닭껍질 꼬치 한 개 1500원, 치킨가라아게 9500원, 타코와사비 8500원, 명란마요구이 8500원 등이다. 메뉴 대부분이 1만 원을 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주말 저녁이면 매장 앞이 대기 고객들로 북적일 만큼 MZ세대의 ‘핫플’로 자리 잡았다. 


 

 

먹방 유튜버도 반한 무한리필 고깃집 ‘청년고기장수’
1인당 1만9900원… 숙성 삼겹살, 돼지갈비 등 9종 고기류
프리미엄 샐러드바와 다양한 쌈 채소, 밥, 음료수까지 무제한

청년고기장수는 1인당 1만9900원에 숙성 삼겹살을 비롯해 돼지갈비, 닭갈비, 막창, 껍데기 등 9종의 고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한리필 고깃집이다. 고기뿐만 아니라 파스타, 떡볶이, 불고기 등이 추가된 프리미엄 샐러드바와 다양한 쌈 채소, 밥, 음료수까지 추가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과거 일부 무한리필 고깃집의 경우 가격은 저렴한 대신 품질 낮은 고기를 판매해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청년고기장수는 자체 육가공 공장을 운영,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식재료를 제공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또한 셰프 출신 대표가 직접 메뉴 개발과 관리를 맡고 있어 가맹점마다 일관된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년고기장수는 유명 먹방 유튜버들의 방문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8일 공개된 유튜버 쯔양의 청년고기장수 먹방 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쯔양은 해당 영상 업로드와 함께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달성했다. 영상에는 쯔양이 청년고기장수 독산점에 방문해 청년고기장수의 대표 메뉴인 9가지 숙성고기와 샐러드바 음식까지 배부르게 먹는 장면이 담겼다. 쯔양 이외에도 청년고기장수는 지난해부터 히밥, 배블리, 먹갱, 웃기시네, 아미아미 등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청년고기장수 관계자는 “인기 유튜버와의 협업은 자사의 고기 맛과 높은 퀄리티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자사만의 맛, 품질을 알리고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다양한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고기장수는 현재 가맹점 90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미니인터뷰|정재우 국민고기 월곡역점 점주
“초저가 메뉴, 품질 받쳐주지 않으면 반짝인기”

국민고기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숯불구이 전문점이다. 올해 1분기 서울의 고깃집 평균 삼겹살 가격이 1인분(200g)에 2만 원을 넘은 상황에서 국내산 생삼겹을 1인분(160g)에 8900원에 판매하며 파격적인 가격과 품질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산 생삼겹을 1인분(160g)에 8900원에 판매 중이다. 가성비 메뉴를 선택한 이유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선택한 방법이다. 고품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선보이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기존에 서울 지역 삼겹살 시세가 보통 1만 원대 초중반 이상으로 형성돼 있었고 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고기를 판매하면 무조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생산자 직거래 방식(농장 도축장 매장)으로 유통마진을 줄였기 때문이다. 농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품질 좋은 고기의 단가를 최대한 낮춰 공급하고 있다.”

▲고물가의 장기화, 외식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초저가 메뉴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초저가 고깃집을 찾아보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은지,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국민고기 월곡역점의 온라인 리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고객들이 호평 일색이다. 특히 식당에서 먹는 고깃값이 너무 비싸 외식을 꺼리던 가족 단위 고객이나 매장 인근 회사원분들의 반응이 좋다. ‘가격이 저렴해 찾은 다른 식당에서는 품질 낮은 고기를 먹고 실망했는데 국민고기는 고기 맛도 가격도 너무 만족스럽다’는 칭찬을 해주실 때면 가장 뿌듯하고 감사하다.”

▲가성비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주변의 경쟁 고깃집들이 가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먹어보지도 않고 단가가 저렴하니 무조건 고기 질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잘못된 소문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재방문율도 높고 매우 만족해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장기 불황 속 올 하반기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전망한다면.
“맛과 가격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외식 메뉴만이 살아남을 것 같다. 아무리 초저가·무한리필 메뉴일지라도 가격만 저렴하고 품질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반짝 유행에 그치고 사라질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 같고 초저가 메뉴들은 아이템만 변경돼 계속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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