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무형적 자산 ‘전통음식’
우리의 소중한 무형적 자산 ‘전통음식’
  •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교수
  • 승인 2022.02.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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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찍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떡 만드는 법, 술 만드는 법과 장 담그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우리 음식의 뿌리인 옛 고조리서에 나온 전통음식을 연구하며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국내와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이렇게 한식을 알리러 동분서주 한지 어언 40여년이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박상진 대사의 초청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서깊은 로열호텔 볼륨에서 한국의 발효음식 전시와 강연을 비롯하여 체험, 시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덴마크인들에게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참석한 이들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했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은 바 있다.

20여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IAL 식품박람회 한국홍보관’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김치를 알렸을 당시 참관객들은 “Korea가 어디에 있는가?” “김치는 무엇인가?” 등 낯선 나라, 익숙하지 못한 음식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러나 2019년 파리 제15구청 광장에서 열린 김치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파리의 젊은이들이 Kimchi를 외치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이것은 TV 드라마나 영화, K-POP 등 한류의 영향이 컸던 것도 있었겠으나 어쨌든 유럽에서 한국 음식의 우수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지난날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우리 삶의 근간들이 하나같이 낡고 허술해서 버리고 숨기기 바빴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제, 무역, 산업 모든 면에서 세계 10대 강국으로 우뚝 선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난 시절의 그 ‘거추장스럽고 부끄러웠던’ 우리의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거창함보다는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운 우리의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 온 문화의 힘이 아닐까.

전통음식의 부활이 시급했던 20여 년 전부터 매년 옛 임금이 행차하던 돈화문 거리에서 ‘떡·한과 산업박람회‘를 열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코엑스나 킨텍스, aT센터에서도 우리 떡을 알렸다. 비교적 떡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됐을 즈음부터는 직접 떡을 하는 분들에게 ‘떡·한과 산업 박람회’행사를 맡기고 필자는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을 매년 진행했다.

이 행사도 작년에 12회를 넘겼다. 전통음식의 발전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서 였을까. 작년 6월에는 「막걸리 빚기」(국가무형문화재 제144호)와 8월에는 고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이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제2134호’로 선정됐고 11월에는 「떡 만들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45호’에 지정되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제일 먼저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 제144호 ‘막걸리 빚기’는 쌀 등의 곡물과 누룩, 물로 빚는 우리 고유의 술로서,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빚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 선비의 문집과 조선시대 ‘규합총서(閨閤叢書)’, ‘음식디미방’등의 조리서에서 막걸리의 제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막걸리 빚기’는 무형문화재로서 역사성, 학술성, 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두 번째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45호 지정된 ‘떡 만들기’는 곡식가루를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혹은 기름에 지져서 만드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청동기·철기 시대의 유적지에서도 시루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그때부터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일생 의례를 비롯해 주요 절기 및 명절 등에 다양한 떡을 만들고 함께 나누며 ‘정(情)을 주고받는 문화’로 전승 되어 왔다. 이러한 점으로 보았을 때 떡은 매우 중요한 무형적 자산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마지막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134호’로 지정된 수운잡방(需雲雜方)은 조선 초기인 16세기 경북 안동의 선비 김유(金綏.1491~1555)가 펴낸 책이다. 남녀의 역할이 엄격히 구별되었던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남자가 쓴 조리서로서 더욱 흥미를 끈다.

이 책은 상·하 두권에 걸쳐 백여가지가 넘는 음식의 재료, 요리법, 효능까지 소개하며 재료 선택부터 만드는 방법, 효능까지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다. 수운잡방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서 고려 말에서 조선전기에 걸친 우리 음식의 조리법과 500년 전 안동 사림계층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 평가받고 있다. 

그간 필자는 1400년대 어의 전순의가 지은 ‘식료찬요(食療纂要)’부터 1900년대 방신영교수가 지은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까지 600년간의 전통음식 고조리서 8권을 여러 차례 실험 조리를 통해 재현하는 한편, 최근에는 우리 후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리책을 제작했다. 이 책들을 해외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에 기증하고 우리나라에도 관련학과가 있는 전국 국·공립대학 도서관에도 기증했다.

2021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유튜브영상을 만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한편 씩 올렸다. 이렇게 막걸리 빚기와 떡 만들기, 수운잡방이 국가무형문화재,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고 국가 보물이 된 것도 모두 우리 것, 우리 문화,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세계인들의 관심이 커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의 고조리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고 우리 전통, 우리 문화, 우리 것을 다시 되돌아보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힘과 실력,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해 우리 음식의 계승과 발전을 더욱 도모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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