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2.02.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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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까지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고 복구 및 문제해결 과정에서 산업현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2020년 산재 보상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액을 하인리히(Heinrich)의 재해손실 산정방식에 따라 추정했을 때 2009년에는 약 17조 수준에서 2018년 약 25조 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8년 국가 전체 예산이 약 430조인 점을 비춰볼 때 산업재해 예방이 사회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잘 알 수 있다. 최근의 중대 산업재해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 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최근의 광주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 판교 건축공사 현장의 추락사고 등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사회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산재 예방 대책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10만 명당 치명률을 보면 한국은 4.6명(2019년 기준)으로 콜롬비아 18명(2015년), 멕시코 8.2명(2015년), 터키 7.5명(2016년), 미국 5.3명(2018년)에 이어 5위다.

주요 선진국의 사고사망 만인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영국 0.04, 독일 0.16, 일본 0.19이다. 한국은 0.46으로 안전 최선진국인 영국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다. 이러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야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은 각종 노동법의 산업재해 처벌규정보다 더 강력한 법 규정으로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해당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법인의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 등을 규정하고 있는 강력한 규제법이다. 이렇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무겁게 형사책임을 묻고 있었던 것에 더 강력한 처벌과 손해배상 등 극약처방으로 임하는 것인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산업재해예방의 선진국으로 앞장서고 있는 영국도 초기에는 우리와 비슷한 형사책임 위주의 대책으로 임했다. 영국도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가중처벌하고자 ‘법인과실치사법’을 도입했다.

도입 당시부터 처벌만이 대책인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면서 무려 13년간의 논의를 거쳐 2007년에 도입된 이 법은 수많은 중소기업의 파산만 가져오고 실제 사망사고 억제 효과는 미미했다. 총 28건의 유죄판결과 관련된 57%의 기업이 파산했다. 산재사망 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본래의 의도와 달리 책임을 엄하게 묻고 쉽게 징벌을 주는 방향으로 법을 확대 적용한 결과로 수많은 사업장이 파산을 맞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도 형사책임과 손배배상책임 규정만으로 구성돼 있고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에는 정부의 책임이라는 선언적 규정만이 있을 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없다. 앞으로 우리 산업현장에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이 법으로 인한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책임만이 난무할 것이고 이러한 리스크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파산할 것인지 염려가 앞선다.  

산업재해에 대한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 정책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 영국도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예방과 사람 중심으로 변환한 게 주효했다.

즉, 위반자에게 책임을 묻고 벌주는 것보다 기업의 자율적 산업안전 시스템 운용을 지원하고 미래의 산업환경 변화 대비에 집중했다. 산업안전과 보건에 대한 기업별 비용지출을 투자라고 인정하고 세법상 혜택을 부여하는 등 기업 자율적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처벌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노동행정이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과 함께 어떻게 하면 산업재해 예방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고민하고 지원하는 정책으로 획기적으로 개혁하길 기대해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예방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고 범법자와 파산하는 기업만 양산하는 법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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