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와 포괄임금 형태를 띤 근로계약
포괄임금제와 포괄임금 형태를 띤 근로계약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3.02.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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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상의 연장근로시간 산정 단위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의 기본 골격인 주(週)와 일(日)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일 8시간, 1주 40시간(최초 제정시에는 48시간에서 현재 40시간으로 단축) 법정기준근로시간제도의 연장근로 산정 주기는 획일적인 규율방식으로 70년간 유지하고 있다. 시장변화나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돼 왔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핵심 개혁과제로 연구 발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현행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고용노동부는 글로벌 추세에 맞는 근로시간제도 개선 입법안을 2월에 제시한다고 한다. 

이에 야당과 노동계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면 포괄임금제를 악용해서 사업주가 ‘공짜노동’을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연’ 단위까지 다양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자체보다는 포괄임금제에 의해 정부 정책이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현행 노동법에서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 법원의 해석에 의해서 판례상 인정되고 있는 제도다. 법원은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나 일당임금으로 지급하되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으로 포괄임금제를 보고 있다.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15다8803, 2020. 6. 25)’라는 입장이다. 

포괄산정임금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는 경우(소위 정액급형)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는 경우(소위 정액수당형)로 구분된다(대법원 2015다233579·233586, 2020. 2. 6).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도12114, 2014. 6. 26)와 노동부 행정해석(근로개선정책과-1182, 2014. 2. 26)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우려와 같이 무분별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판례와 행정해석의 범위에서 허용 여부를 엄격히 집행만 하면 포괄임금제 오남용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외식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의 소위 ‘포괄임금약정’ 근로계약 형태는 ‘포괄임금 형태를 띤’ 근로계약으로서 판례상 포괄임금제와 확실하게 구분된다. 기본급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연장근로시간수도 정확하게 사전에 약정돼 있으며, 연장근로수당 금액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임금 약정은 ‘포괄임금제 형태를 띤’ 정상적인 임금약정이다. 특히 주 40시간제와 연장근로시간 한도 규제가 적용돼 휴무일수가 많아짐에 따라 남는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을 월급여에 연차휴가 수당으로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약정도 실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판례의 포괄임금제와 동일하게 실무상 ‘포괄임금약정 근로계약’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고정OT(연장근로)계약’이다. 

연장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업종이 아닌 분야에서 연장근로시간수와 무관하게 연장근로수당을 정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포괄임금제 오·남용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 2020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10인 이상 사업체 2522개 중 749개(29.7%)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첫 기획·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하고 출퇴근 기록 등도 살펴서 연장근로시간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판례상 인정되고 있는 포괄임금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입법화하는 한편, 연장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사업장은 연장근로시간과 연장근로수당을 명확히 규정하는 ‘포괄임금 형태를 띤’ 근로계약으로 수정하고 실제 연장근로시간수와 연장근로수당이 일치하도록 운용해 법 위반 문제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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