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계절, 봄을 맞이하는 자세
외식의 계절, 봄을 맞이하는 자세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4.04.0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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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어느새 따뜻해졌다. 주말 오후 산책길에선 탐스러운 봉오리가 그 자태를 뽐내는 목련이 무척이나 화사하다. 요맘때 자연은 마치 예전에 흑백 TV에서 처음으로 컬러 TV를 봤던 때만큼이나 신기하다.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소리나 새봄이 왔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에만 쓰는 표현이다. 여름이나 가을, 겨울에는 기운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새여름이나 새가을, 새겨울이 왔다는 소리도 금시초문이다. 유독 봄에 대해서는 모두의 기대가 남다른 건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봄은 자연의 변화를 알리는 대표적인 계절로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새해 시작은 1월부터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봄의 햇살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한 해를 안정적으로 시작한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산도 봄이 되면서 마치 양탄자처럼 폭신한 길을 내어준다. 산천에 꽃이 피고 바람에 흩날리는 때가 되면 우리네 마음도 여유롭고 설레고 생기가 가득하다. 이렇듯 우리 삶의 변화는 자연으로부터 시작한다.

봄이 되면 반드시 자연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 순리다. 단순한 놀이 목적이 아니라도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 해를 건강하게 맞이하려는 자세다. 가까운 근교라도 찾아보고 아니면 도심 공원에 피어나는 꽃과 나무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게 필요하다. 봄에는 그냥 외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연과의 교감이 우선되는 특별한 외식이어야 한다. 온몸으로 자연의 변화를 머금을 수 있는 특별한 외식의 계절 봄, 그래서 봄은 ‘봄을 제대로 감상하며 즐길 줄 아는 손님’, 상춘객(賞春客)의 계절이다.

또한 봄은 기운이 남다른 계절이다. 생명의 기운이 움트고 샘솟는 계절이다. 모든 생명체가 얼어붙은 듯한 겨울을 지내고도 단단한 땅속에서 올라오는 푸릇한 새싹이 순식간에 산과 들을 뒤덮는 갖가지 나물로 자라는 걸 보면서 경이로운 봄기운을 체감하게 된다. 봄의 전령사 쑥을 비롯해 온갖 나물은 단순한 반찬거리가 아닌 약초로써의 효능이 풍부하다. 먹을 것이 유난히 부족했던 봄철 밥상을 책임졌던 봄나물은 우리 조상들의 ‘자연 보약’이었던 셈이다. 도심에도 간간이 보이지만 도시 근교나 산 근처에 가면 봄나물로 한 상 가득한 외식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봄나물에서 자연의 향취가 물씬 풍겨 나오고 봄기운을 머금은 고유한 약성은 이내 몸으로 스며든다. 바다로 나가보면 봄을 알리는 각종 해산물 중에 조개와 주꾸미, 도다리 등이 으뜸이다. 특히 봄철 해산물은 우리 몸의 피로물질을 해독하고 배출해 주는 성분이 풍부해 봄의 기운을 제대로 전해준다. 봄을 알리는 뭍의 대표 ‘쑥’과 바다의 대표 ‘도다리’가 만난 음식 ‘도다리쑥국’ 한 그릇만으로도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온몸으로 자연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외식의 계절 봄, 그래서 봄은 봄기운을 직접 몸으로 그리고 입으로 만나는 ‘상춘식객(賞春食客)’의 계절이다.

그리고 봄은 다양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계절이다. 온 세상이 본래 갖고 있던 모든 게 되살아나고 새롭게 만나며 조화를 이루는 계절이다. 꼼짝하지 않던 자연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분주하듯 우리의 일상도 새로운 조화를 이루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여느 때보다 이동이나 정리가 잦고 새롭고 다양한 환경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인간 사회에서 조화의 기본은 다양한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것이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봄에는 더 자주 모여 식사하는 게 결국 자연의 순리인 셈이다. 자연의 조화를 이어갈 수 있는 특별한 외식의 계절 봄, 그래서 봄은 상춘접객(賞春接客)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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