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느낌이 중요해
외식, 느낌이 중요해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4.06.26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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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집으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그중에서 요즘 말로 ‘웃픈’ 장면이 있다. 귀가 불편해 말소리를 듣는 것도 말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할머니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철없는 손주가 내내 반찬 투정을 하다가 문득 ‘프라이드 치킨’을 생각해 내고는 그걸 사놓으라고 생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급기야는 그림으로 닭 한 마리를 그리고선 ‘치킨, 치킨’을 읊어댄다. 그제야 할머니는 쌈짓돈을 챙겨 들고 읍내 장에 나가 닭 한 마리를 사 들고 돌아와서 결국 닭백숙을 만들어 잠자는 손주 머리맡에 상을 차려 놓으신다.

낮잠을 자고 난 손주는 꿈에 그리던 프라이드 치킨을 먹을 생각에 부푼 마음으로 상 보자기를 펼쳐 드는데 그 속에서 나타난 뽀얀 백숙의 자태를 보고 이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만다. 할머니 앞에서 연신 “누가 닭을 물에 빠뜨리래?”라며 대성통곡을 하는 손주에게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어서 좀 먹어 봐’하는 표정으로 권한다. 상반된 모습에 관객들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닭이야 뭐 다 똑같지, 튀긴 거나 삶은 거나 그게 그건데 왜 저리 난리일까?’라는 할머니 마음, 노릇노릇 튀겨진 치킨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바삭한 튀김 옷과 촉촉한 속살, 한입 베어 물면 물씬 묻어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새콤달콤에 매콤 한 양념 맛까지 그 느낌을 알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은 손주의 마음일 것이다.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평가는 대부분 ‘맛’으로 표현하지만 실상은 다양한 감각이 모여 이뤄진 부지불식간의 ‘느낌’이라고 하는 개념의 집합체다. 느낌이란 마음이나 몸의 감각으로 인지하는 기운이나 감정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그의 저서 ‘느낌의 진화: 생명과 문화를 만든 놀라운 순서’에서 인류에게 감정이 진화적 관점에서 의사 결정이나 행동, 의식, 자아 인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주장은 찰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설명하는 세계 어느 곳이나 사람은 비슷한 감정을 가지며 이러한 보편적 감정은 인류의 오랜 진화적 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람의 느낌은 결국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인류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낱 우스갯소리로 듣기에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지대하다. 외식에 있어서 인류의 진화까지 운운하며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도 거창해 보이지만 외식사업에서 느낌을 모르고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외식 소비자라면 느낌 있는 외식 활동이 주는 행복감이 일상에 얼마나 활력을 주는지 경험과 기억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외식에서의 느낌은 감각과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산물이다. 흔히 말하는 오감이 대표적이다. 음식점의 시설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다. 음식이 뛰어나지 않아도 시설이 압도적으로 출중하면 그 느낌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음식점 곳곳에서 깨끗함을 느낀다면 신뢰라고 하는 매력적인 요소를 갖춘 셈이다. 고급스러운 커피 향의 카페는 언제라도 가고 싶은 느낌 있는 곳이다.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식사하는 손님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동질감이 좋아 줄 서는 집을 찾는다. 육즙이 팡팡 터지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느낌, 왁자지껄하며 복잡한 선술집의 행복한 소음, 오늘도 인류는 계속 살아남기 위해 그 느낌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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