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가 세계적 명주가 되기를 기원하며
전통주가 세계적 명주가 되기를 기원하며
  • 관리자
  • 승인 2010.09.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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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하는 드라마 한편을 본적이 있다. 그 드라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빚는 술도가를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 다른 드라마에서는 젊은 주인공들이 소주대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막걸리가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라는 것을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막걸리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막걸리 외에도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온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와 슬기가 있었다. 따라서 각 집안마다 다양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발달하였고, 술도 음식이라 생각하여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떡이나 만두를 빚는 것 같이 정성을 들여 술을 ‘빚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술과 함께 어울리는 음식을 맞추어 식사를 하는 반주(飯酒) 문화도 즐겨왔다.

그러나 점점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가양주 풍속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우리 것이 아닌 외국의 와인이나 사케, 맥주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외국 술을 즐기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주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우리 선조들의 식생활에서 보면 먹고 마시는 것, 즉 음식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프랑스하면 와인, 일본하면 사케, 독일하면 맥주, 러시아하면 보드카를 떠올리듯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술과 음식들이 이어지게 된다. 와인에서 마리아주라는 말이 나오는데 마리아주(mariage)는 영어로 결혼(marriage)으로 음식과 와인과의 궁합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주의 개념으로 식사와 함께 술을 먹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것을 마리아주의 개념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왜 와인이나 사케, 보드카처럼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 되지 못한 것일까?

우리의 전통주가 와인이나 사케보다 훨씬 건강한 술이고 우수하나 몇 가지 이유로 우리 술이 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첫째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주세법의 발동으로 늘 집에서 음식으로 해먹던 우리 술을 담가먹지 못하게 하였고, 혹 어른들의 생신에 술이라도 담글라 치면 밀주(密酒)자로 몰아 혹독한 벌금을 물려 우리의 좋은 술들을 담가먹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전국 방방곡곡에 마을마다 4㎞ 간격으로 주막이 있어 먼 길을 가는 나그네들이 술과 음식을 시켜 배를 채우고 하룻밤 자고 가는 곳이 있었는데, 이 주막에서 파는 술도 일제가 밀주로 단속하여 하나둘씩 사라지다가 결국은 모두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둘째 이유는, 전통주를 아끼고 지켜야 할 당사자인 우리가 우리 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은 물론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술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고, 어디에서부터 알리고 어떻게 함께 나누어야하는지를 모르게 된 것이다.

전통주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중화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우리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술문화 발전을 위해 각 기관이나 지역, 사회단체 등에서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고 계신다. 하지만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인 개인의 독자적인 활동에만 전념하고 정작 우리 술의 총체적인 발전에는 서로간의 큰 노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우리 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리고 술 문화를 전달 할 수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의 보급이 가장 시급하다.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전통주를 가르치는 일을 해오고 있고, 지금 전국적으로 많은 술 전문가가 배출되어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와 함께 즐기는 음식도 함께 내고 이런 다양한 술문화를 소개하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있어 우리 전통주와 우리 음식을 접목시켜 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주와 우리 전통음식을 사랑하게 될 것이며 반드시 우리 음식을 먹을 때 우리의 전통주를 함께 먹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안상이라 하여 술과 음식을 함께 내는 상차림이 있다.

밥을 먹기 전 밥반찬으로 안주를 대신하는 것도 있고, 술을 주로 먹기 위해 안주를 새로 만들어 차리는 술상이 있었다. 몸에 무리가 없도록 양질의 음식을 낼 때는 먼저 술과 포나 마른안주를 내고, 술잔이 고루 돌려지면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을 맞추어 바로바로 내면서 주식으로 면이나 떡국 등을 내는 상차림도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술문화를 위해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주를 재현하고 전통주와 함께 어울리는 우리 음식의 보급에 힘써야 한다. 최근에 서양의 음식을 먹을 때 와인을 함께 마시고, 일본음식을 먹을 때 사케를 먹는 것처럼, 우리 한국도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우리 전통주를 함께 먹는 식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전국의 전통주를 빚는 분들과 전통음식을 하는 분들이 힘을 합하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9월 17~18일까지 제 3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이라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이를 계기로 아주 그 옛날부터 우리 술문화와 음식문화가 함께 해 왔음을 알리고, 한식의 세계화와 더불어 전통주가 세계적인 명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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