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기 정당성
인간의 자기 정당성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3.06.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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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인인 국회의원이 거액의 코인을 국회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도중에 휴대폰으로 거래했다고 한다. 그것도 실제 만들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 ‘잡코인’ 특정 종목에 수십억을 소위 몰빵으로 투자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분명히 비공개정보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노렸거나, 아니면 본인의 돈이 아닌 것으로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그런데도 본인은 국회의원이 직무수행 중에 코인을 거래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자기 정당성을 갖고 일상적인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해당 국회의원의 지지자들은 부동산 투기보다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옹호하고 방어하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약간의 피해를 입히거나 자신이 실수한 경우에 자책하면서 괴로워하고 우울증에 걸려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 정당성이 전혀 없는 경우의 사례이다. 이에 반해 다수의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도 고개를 쳐들고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정당성이 너무 강한 사례이다. 자기 정당성이 전혀 없는 경우도 문제지만 자기 정당성이 지나쳐서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잘못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적정한 자기 정당성이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르게 인식하면서 지나친 자기 정당성을 갖고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오늘날 너무나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집회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밤늦게까지 길거리에서 큰 소음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유만을 강조하고 그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처리 문제도 우리 사회에 심각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일찍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행태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일탈이나 불법도 모두 정당화시키려고 하며,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부 부도덕하거나 나쁜 사람들로 치부해버린다. 동일한 사안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자기 정당성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윌리암 글라써는 인간은 지식의 필터와 가치의 필터라는 두 개의 필터를 통해 세상의 현실을 지각한다고 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정보에 바탕을 둔 지각의 필터라는 1차 필터를 통해서 세상사를 보고 있고, 동일한 사실관계를 자신만의 가치의 필터라는 2차 필터를 통해 걸러서 인식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항상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가치의 필터를 통해서 아무리 좋은 내용의 정책이나 사회 현상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또한 항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리 나쁜 여건이나 상황도 긍정적인 가치의 필터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식의 필터와 가치의 필터가 오염돼 있는 사람은 세상을 삐뚤게 바라보고 판단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친 자기 정당성을 가진다.

적정한 자기 정당성으로 자아 존중감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정당성이 균형적인 시각에서 정립돼야 한다. 자기 정당성이 균형적인 시각에서 비롯되지 않으면 자기 비하나 자기 부정으로 자기 정당성이 상실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될 수 있으며, 이에 반해 지나치고 편향된 자기 시각을 고집해 자기 정당성이 왜곡되면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적정한 자기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접하게 되는 경험과 정보가 왜곡되거나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시민들이 지나치지 않은 자기 정당성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언론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전달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언론인이 편향된 시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법과 도덕을 솔선수범 준수하고 자신의 책무를 다해 평범한 시민들이 올바른 지각과 가치관을 따라 배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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