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운영… ‘제로섬 게임’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운영… ‘제로섬 게임’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8.25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도 익히 적자 사업장임을 알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들어와 달라는 거예요. 입찰에 아예 참가하지 않으면 행여나 미운털 박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난감하네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 컨벤션센터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 위탁업체 선정 사업설명회에서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국내 23개 단체급식 업체들이 참가한 설명회는 각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23개 업체 참여, 부정적 기류

이날 설명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많은 업체들이 참여했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으로 업체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었지만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신세계푸드 등 5대 대기업부터 풀무원 이씨엠디, 동원홈푸드, 후니드, 아라마크 등의 중견기업과 삼주외식산업, 엘에스씨푸드, 아이비푸드 등의 중소기업까지 국내 주요 단체급식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설명회에 참여한 대다수 업체들은 적자 사업장이 확실한데도 입찰에 반드시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정부 측 태도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A업체 관계자는 “단가 3500원에 시설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하고 5년이면 몰라도 3년 계약 종료 후 시설 투자를 기부채납해야 한다니 급식만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더군다나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돼 인건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새 정부 출범 직후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골적으로 정부 관계자가 대기업에 ‘운영을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은 정부 눈치를 안 보겠다며 입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흘렸다. 

C업체 관계자는 “모 대기업의 경우 적자 사업장 운영에 절대 나서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이번 세종청사 구내식당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있더라”며 “하지만 ‘치고 빠지기’인지 나중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김치 먹겠다?

각 업체들은 식재 구입에서도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핵심 기관이기 때문에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급식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겠지만 이 단가로는 국내산 식재 사용이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D업체 관계자는 “지금 배춧값이 오름세인데 이 단가로 국내산 김치를 제공할 수 있겠냐”며 “중국산 김치밖에 답이 없다. 단가를 맞추려면 다른 식재도 다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업체들 실상 손을 놓았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자체 식재 유통으로 인한 단가 절감이라도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들은 그럴만한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우리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이 최대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입찰을 보면 정부가 밖에서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안에서는 제대로 ‘갑질’을 한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정부세종청사 측에서도 대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겠냐”며 “면밀히 보면 식수 변동 폭이 클 것이고 최저임금은 차치하더라도 인건비가 타 지역 대비 높다는 점, 시설투자 기부채납에 감가상각 반영이나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업체들이 초기 투자하면서 이미 기부채납 돼 이번에는 많은 투자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것과 각 기업 관리자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가 있어 그것까지 반영한다면 적자는 확실하다”며 “위안이 되는 건 카페테리아 수익률이 쏠쏠하다는 것인데 결국 수익 창출의 핵심은 카페테리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정부세종청사관리소가 그해 4~6월 입주 공무원 1066명을 대상으로 청사 이용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구내식당(3.06점), 관내 이동(2.97점)이 만족도가 가장 낮은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식단가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메뉴 품질 저하가 만족도를 떨어트린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