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대란’ 위드 코로나 걸림돌 되나
‘식자재 대란’ 위드 코로나 걸림돌 되나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1.11.0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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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공급물량 부족 사태 “외식 영업이익 평균 3% 하락”
경기도 소재 식자재 마트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양상추의 경우 지난달 27일 상등급(10kg) 평균 가격은 전날 가격(3만6931원)보다 10% 오른 4만836원을 기록했다.사진=정태권 기자 mana@
경기도 소재 식자재 마트에서 손님들이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양상추의 경우 지난달 27일 상등급(10kg) 평균 가격은 전날 가격(3만6931원)보다 10% 오른 4만836원을 기록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국내 농·축산물 공급 부족 사태가 식품·외식산업의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가락·강서시장 등 중앙·지방도매시장에서 야채류 가격이 폭등했고 수입산 소갈비 등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식당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야채류·수입 축산물 유통대란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에서는 지난달 27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중품·냉장 기준)이 100g당 2432원에 거래돼 전년(2259원) 대비 7.7% 상승했다. 같은날 양상추(상품 기준)는 10kg당 4만 원 선에서 거래됐고 지난달 30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5만4000원까지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에 따르면 지난달 3째주 기준 적상추는 4kg 기준 5만169원으로 전년(1만739원) 대비 367.2%, 애호박은 20개 기준 3만607원으로 전년(1만2548원) 대비 143.9%, 고등어는 10kg 기준 6만39원으로 전년(3만6178원) 대비 66.0%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유통공사 내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지난 9월말부터 10월 초까지 중부지방에 불어닥친 이상한파로 인해 채소들이 냉해를 당했다”며 “이로 인해 공급 부족 상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1월 중순부터 남부지방에서 생산되는 양상추·고구마 등 채소류가 공급되면 부족물량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안정은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소류가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남부지방 채소류의 공급가가 중부지방보다 높은 편이고 11월 단계적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외식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현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 축산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60%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산 소고기도 50% 이상 올랐다. 

이와 관련 미국육류수출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농업·낙농분야 근로자들이 업무시간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생산량 감소가 수출물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소고기 수출량이 69만8907t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10% 감소했으며 올해도 이같은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고기 주요 수출국 중 한 곳인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이상기온에 따른 대두와 옥수수 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료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노동시간 감소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소고기 등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축산물 유통대란으로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에서는 지난달 27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중품·냉장 기준)이 100g당 2432원에 거래돼 전년(2259원) 대비 7.7% 상승했다.
수입 축산물 유통대란으로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에서는 지난달 27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중품·냉장 기준)이 100g당 2432원에 거래돼 전년(2259원) 대비 7.7% 상승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식자재 대란, 외식경기 회복 발목
이같은 수입육 공급 불안정이 외식산업 경기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영업제한이 해제되면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영업이익 회복은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식재료 비용의 비중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 가량 늘었다. 그러나 A씨는 “지금은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며 “식자재 가격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B씨는 “갈비 원가가 올해 초 대비 20% 이상 올랐다. 지금 가격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식재료 수급난이 장기화되거나 가격인상 후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 경우 업종변경과 장사를 접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입육의 경우 종류와 부위마다 공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육 유통업계 관계자 C씨는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전체적인 수입물량은 2019년 대비 10% 정도 하락한 수준이지만 갈비·도가니 등 뼈와 함께 있는 부위는 사실상 물량 부족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불고기·제육볶음 등 특정 부위가 필요하지 않은 메뉴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수입 식자재 업계 관계자 D씨는 “특정 부위 제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체적인 수입물량도 예년 대비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 외식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등심·안심 등 살코기 부분 제품의 물량은 오히려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에 아직 외식업계가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미국·호주산 물량 부족상황이 장기화되고 외식경기가 빠르게 회복한다면 공급에 절대적인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C씨에 따르면 수입육 공급부족 현상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발생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식당·카페의 영업제한으로 인해 외식업계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수입육 유통업체들도 지난 1년 동안 갈비 등에 대한 물량 확보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등심·안심 등 살코기 부분은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가정 내 소비가 이어지면서 수입물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축산물품질평가연구원 관계자는 “수입 축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을 받으면서 진행된 만큼 수출국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되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수입육·식자재 대란의 타격은 갈비탕·고깃집을 넘어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닭 구매원가도 올랐을 뿐 아니라 식용유·무·야채 등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외식업체들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인건비·수수료 등 제반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식재료 단가 인상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촌치킨에 닭을 공급하는 하림의 올해 2분기 계육 단가는 1kg당 2973원으로 전년 동기(2634원) 대비 12.9% 올랐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계는 양상추 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햄버거에 양상추를 빼는 대신 무료 음료쿠폰을 제공했다. 써브웨이도 모든 샐러드 제품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원자재 단가 인상에 가공식품 가격↑ 
가공식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올해 3분기 서울시·경기도 내 420개 유통업체에서 생필품 3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과 비교해 계란 70.0%, 두부 16.5%, 햄 11.3%, 식용유 11.2%, 마요네즈 9.3% 상승했다.

특히 풀무원의 ‘국산콩 부침용 두부’(16.5%), 사조해표의 ‘콩기름 식용유’(15.9%), CJ제일제당의 ‘백신 콩기름’(11.3%) 등 콩을 원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공식품류의 가격은 수입식자재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햄류·식용유 등의 가격 인상이 지난해 이후 콩·육류 등 원료 가격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고 인건비 등 다른 인상요인도 있기 때문에 다시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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