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대신 일회용품 잡는 트래쉬버스터즈
유령 대신 일회용품 잡는 트래쉬버스터즈
  • 신동민 기자
  • 승인 2021.07.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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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의 목표는 프라이부르크 사례처럼 서울에도 어느 카페에 가든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진=문선웅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의 목표는 프라이부르크 사례처럼 서울에도 어느 카페에 가든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진=문선웅

132.7kg. 한국인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마니아였던 곽재원 대표는 올해 4월 일회용품 대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래쉬버스터즈를 론칭했다. 그리고 유령이 아닌 일회용 쓰레기와의 대결을 시작했다.

축제에서 마주한 불편한 진실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축제 기획자로 10년간 일했던 곽재원 대표는 매번 축제가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 접시, 컵, 포크 때문에 늘 고민에 빠졌다. 불편한 진실에 마주한 그는 ‘행사에 사용할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대체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2019년 8월 서울 인기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트래쉬버스터즈라는 간판을 내걸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쓰레기 배출량을 종전의 98%가량 줄일 수 있었던 것. 

성공을 확신한 곽재원 대표는 브랜드 컨설턴트, 디자이너, 설치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본격적으로 일회용 쓰레기와 싸움을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관심이 부쩍 높아진 만큼 사업은 시작부터 순조로워 보였다. 불과 한달 만에 200곳 넘는 축제에서 다회용품 대여를 예약했다. 

곽재원 대표는 “축제에 사용되는 일회용품은 1인당 평균 3.5개 이상이다. 다회용 식기를 만든다면 3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축제를 기준으로 1만개 정도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인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청년프로젝트 투자 사업에도 선정됐다. 여기서 지원 받은 5억9000만원으로 다회용품 12만개를 제작했고, 경리단길에 세척 공장도 만들었다. 야구단 4곳, 영화관 28곳에 다회용품을 대여해주는 계약도 성사되기 일보직전.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사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과 제휴

넥스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시급했다. 마침 곽재원 대표의 눈에 대기업마다 운영하고 있는 사내 카페들이 들어왔다. 위기가 곧 기회라 했던가.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카페용 컵을 새롭게 제작하고 홍보도 시작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KT 광화문 사옥 내 카페에서는 다회용품컵 사용으로 매일 1000개 정도의 일회용컵 쓰레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총 쓰레기 배출량도 1/10로 줄었다. 

GS, CGV 등도 직원들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불과 한달여만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20개 기업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와 다회용컵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대기하고 있는 기업도 20개가 넘는다. 작은 회사가 국내 대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만약 현재까지 문의해 온 기업들이 전부 다회용 컵을 쓰기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상반기 내로 하루에 사용되는 일회용 컵을 5만개까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1년으로 계산하면 1800만개를 줄이는 셈이다. 최근 기업들이 중시하는 ESG 중 E(환경)를 실천하는 데 이만한 게 없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사용을 마치고 수거한 다회용기를 6단계에 걸친 위생 시스템으로 세척해  안심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전처리 후 초음파 세척기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헹군다. 이어 플라이트 세척기에서 고온·고압 세척 후 UV열풍건조기 살균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후 압축 포장 상태로 렌탈 장소로 옮겨진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오염도 테스트 결과 식품 안전 기준인 200RLU보다 낮은 19RLU로 측정됐다.

트래쉬버스터즈 직원들이 반납해 온 다회용컵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문선웅
트래쉬버스터즈 직원들이 반납해 온 다회용컵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문선웅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 사용

“환경을 지키려는 사업인데 왜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회용품을 사용하나요?”

곽재원 대표가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화상의 염려가 적고 대량 세척과 살균에 용이한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다. 폴리프로필렌은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친환경 소재다. 무엇보다 PP소재는 사용 후 손상 및 훼손이 되면 가루로 만들어서 다시 원제품으로 생산하고 또다시 가루로 만들어서 재생하는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다. 용품이 수명을 다하면 재활용 공정을 거쳐 똑같은 새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 

그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한번 쓰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2019 플라스틱 보고서에서 ‘플라스틱 제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무조건적인 사용 억제보다는 이미 생산되고 사용된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컵 쓰레기만 33억개에 달한다”며 “개인에게 텀블러를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일회용 쓰레기의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다. 다회용품을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품 쓰지 않는 문화 만들 것

트래쉬버스터즈에 다회용품 대여 문의를 하는 기업 담당자들은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에 놀란다. 일회용품 사용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비쌀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그런데 비용은 서비스나 용기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쓰고 있는 일회용품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매일 사용하는 물품인데 비용을 터무니없이 올릴 수 없다는 것이 곽재원 대표의 설명이다. 

사용 방법은 일회용품과 똑같은 프로세스다. 다만 쓰레기통이 아니라 반납함에 사용한 다회용컵을 버리면 된다. 이를 트래쉬버스터즈가 매일 수거 및 세척해서 사내 카페로 다시 납품하는 형태다. 영화 ‘고스터버스터즈’를 오마주한 회사답게 현장에 나갈 때면 늘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고 출동한다고. 

인터뷰 말미에 곽재원 대표는 “독일의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도시에는 독특한 친환경 플라스틱컵이 있는데, 커피값과는 별도로 컵 보증금 1유로를 내면 브랜드에 상관없이 인근 카페에서 언제든 반복 사용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일회용컵 대신 이 컵을 갖고 다니면서 여러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담아 마신다는 것이다. 사용했던 컵을 다른 카페에 가져가면 세척 후에 음료를 담아주는 방식이다. 원하는 기간만큼 컵을 사용한 다음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준다. 

곽재원 대표의 다음 목표는 프라이부르크 사례처럼 서울에도 어느 카페에 가든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 곽 대표가 일궈 나갈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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