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 부각, 글로벌 K-스낵으로 입지 다질 것”
“전통식품 부각, 글로벌 K-스낵으로 입지 다질 것”
  • 엄윤정 기자
  • 승인 2023.07.07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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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이오 오희숙 명인
오희숙 명인은 전통부각연구소를 운영하며 부각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이경섭 실장
오희숙 명인은 전통부각연구소를 운영하며 부각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이경섭 실장

㈜하늘바이오 농업회사법인은 우리의 전통식품인 ‘부각’을 오희숙 명인의 정성과 특허기술로 재발견해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부각 전문기업이다. 무료로 양질의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기로 유명한 구글 본사에 부각을 납품하며 K-스낵의 위상을 제대로 알린 하늘바이오는 미국 홀푸드 입점을 필두로 미주와 EU, 동남아, 중국, 일본으로 부각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농수산물 수출 회사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할 것 같다. 전통식품 생산업체임에도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가 있는가.
“부각 1t을 수출하면 쌀 1t과 농수산물 2t을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 부각이 국내에서만 머무는 단순한 전통식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전 세계 식품박람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갔다. 사실 박람회장에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경비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세계박람회에 간 이유는 박람회를 통해 그들과 동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에서 직접 부각을 튀겨내는 과정을 본 현지인들은 “식탁 위에 하얗게 핀 꽃을 보는 것 같다” “눈으로 즐기는 식사가 됐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우리 부각을 구매하는 가장 큰 해외시장이다. 미국 현지인들은 부각을 낯설어하지 않고 건강식품으로 인식해 구매하고 있다. 우리지역의 농민, 어민이 땀 흘려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전통음식이라고는 하지만 ‘부각’이란 음식이 아직은 낯설다.
“부각은 신라시대부터 사대부 집안에서 우리 고유의 방법으로 만들어 손님 접대와 다과용으로 전해오면서 일반 대중에게 전파됐다. 부각은 기본적으로 갈무리 음식이다. 농산물을 수확하다 끝물에 이를 무렵 재료들을 갈무리하면서 만들던 음식이다. 또 부각은 저장음식이기도 하다. 제철 농산물을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해 찹쌀 풀을 입혀 말려 두었다가 그것을 한지에 싸서 항아리 같은 곳에 잘 보관해 뒀다. 그러다 볕이 나면 한 번씩 꺼내서 잘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튀겨먹었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 무엇이든 부각의 재료가 될 수 있었다. 

100% 국내산 원료로 제품으로 부각을 만든다.
100% 국내산 원료로 제품으로 부각을 만든다.

△부각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1978년에 경상남도 거창의 파평 윤씨 종가집 며느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에게 부각만드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보니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대접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당황하는 일이 없었다. 항아리에 갈무리 음식을 한지에 곱게 싸고 짚으로 묶어 어느 시절에 오실 분, 그 분이 좋아하시는 부각을 미리미리 준비하셨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마른 찬품을 보관하기에 항아리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시집에 큰 항아리가 있는데 빨래 다듬이 댓돌을 발판 삼아 놓고 배꼽까지 몸을 집어넣어 어머니가 원하던 부각을 꺼내 갖다 드리면 그걸 금방 튀겨내셨다. 계절마다 다양한 재료로 부각을 준비하는 걸 그때 배웠다. 솜씨 좋은 시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던 게 나에겐 행운이었다.” 

△왜 부각에 주목했는가. 전통음식인 부각에서 상품화의 가능성은 언제 발견했는지 궁금하다.
“젊은 시절 남편은 KOTRA에 근무했었다. 자연스레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았고 그들에게 남편이 선물을 받아왔을 때 보답으로 김부각을 전했다. 김부각을 대나무 바구니에 정성스럽게 담고 보자기에 싸서 선물한 것이다. 하나하나 마름모 모양으로 정성스럽게 튀겨낸 희한한 음식에 외국 바이어들이 열광했다. 김, 연근, 고추 같은 한국적인 재료를 튀겨낸 스낵의 건강함이 그들에겐 세상에 없던 아이템이었다.  

이에 용기를 얻어 조심스레 상품화를 타진하기 위해 1992년 코엑스에서 열린 식품기계전시 박람회에 작은 규모로 부스를 마련했고 대형 백화점 관계자들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지금의 오희숙 부각이 탄생하게 됐다. 드디어 집안의 자랑이던 부각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상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부각 만들기에 자신은 있었지만 대량생산은 별개의 문제였다. 기름 함유량을 최소화해 담백한 부각을 만들려 했지만 쉽게 부서졌다. 그렇다고 기름 빼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기름 냄새가 나고 느끼해졌다. 아무리 과정이 어려워도 부각의 담백함은 포기할 수 없었다. 부각재료는 2mm 정도로 두께가 얇다. 그 얇은걸 유탕해서 탈유과정을 거치다 보면 부서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조각과 가루가 생겼지만 과감하게 버렸다. 많은 공을 들여 어렵게 만들었기에 아까운 마음이 없지 않지만 당장 돈을 벌기보다 제품에 헌신하고 싶었다. 

처음 동네 어르신들과 가내수공업 형태로 제품을 만들면서도 양심적으로 기름을 빼는 과정을 거쳤기에 입소문이 났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자녀들에게 “내가 만든 부각이란다”며 자랑스럽게 명절에 선물하기도 했다. ‘정직하게’ 음식을 만든다면 언젠가는 보답이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으로 버틴 세월이었다.”

△많은 어려움에도 개발, 제조, 판매를 모두 담당하며 걸어온 30년 외길 인생이 대단하다.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된 전환점이 있었을까.
“부각은 전통적으로 밥반찬 또는 술안주로 상에 올랐다. 바이어들은 전통부각을 반찬류로 수출해야 하는 것인지 스낵류로 취급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했다. 이때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통부각을 스낵으로 변신시켰다. 부각의 맛과 식감을 스낵에 가깝도록 개발했고 그 결과 부각은 세계시장에서 유기농 천연스낵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또 대량생산을 위해 찹쌀 풀을 발라 부각거리를 반제품으로 냉동 보관했다. 반제품의 습도는 12%에서 15%사이로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마른 발효를 거치는 찹쌀풀이 부각의 풍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기름에 튀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신선한 제철 채소로 반제품을 만들어 뒀다가 먹기 전에 바로 튀겨내는 전통 방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오희숙 명인은 우리의 전통식품인 부각이 K-스낵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오희숙 명인은 우리의 전통식품인 부각이 K-스낵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2004년 식품명인 25호로 선정됐다. 부각 부문에서는 유일한 식품명인이다. 
“자부심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 부각명인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나 혼자이기 때문에 명인 지정을 받기는 했지만 누군가의 경험담을 듣는다든지 발자취를 보고 따라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처음이고 내가 하는 게 전부 다였다. 명인 타이틀을 가지면 100% 국내산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치, 된장, 고추장은 식탁에 자주 오르지만 부각은 없어도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부각은 제일 먼저 사장 될 수밖에 없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내가 포기하면 부각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전통부각연구소를 운영하며 부각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 길을 개척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

△경남 거창에 완제품을 가공하고 포장하는 공장을 신설하며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한다고 들었다.  
“사업이 궤도에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2008년 화재가 발생해 불이 공장 전체를 태웠다. 평생을 해오던 부각사업을 접을까 고민했지만 가족과 직원이 똘똘 뭉쳤다. 딸이 영업을 담당하고, 남편이 관리를 맡으며 ㈜하늘바이오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고, 명인 체험관과 연구소까지 갖춘 부각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하늘바이오 고용인원도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반제품을 가공해 하늘바이오에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고용인원과 업체 수도 증가했다. 

쌀과 찹쌀은 거창 인근농협과 고정계약을 통해 제공받고 있고 감자와 고추 역시 인근 고랭지 좋은 밭에서 특정한 품종으로 계약재배를 해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외에도 김 다시마 미역 등의 수산물은 남해와 전남 완도의 전문 공급업체와 계약해 수시로 공급받는다. 농가와의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농촌소득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꿈꾸는 목표는 무엇인가. 
“최근 20피트 컨테이너 2대 물량의 연근부각을 캐나다 코스트코에 직수출했다. 캐나다 토론토 SIAL박람회와 북미지역 수출 판촉전에 참가하는 등 캐나다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이제야 결실을 보는 것 같다. 

부각은 세계적인 식품으로 가능성이 큰 제품이다. 서구식 튀김요리가  대부분 고기류를 튀겨내는 것에 반해 전통부각은 식물성 재료를 튀겨내면서 특유의 제조법으로 기름 함량을 낮춰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각은 확장성 또한 크다.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바비큐, 양파, 할라피뇨 등 현지의 모든 식재료가 부각의 재료가 될 수 있다.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부각을 개발해 한국 전통식품인 부각과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해외식품박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해외의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식품인 부각이 K-스낵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난달 23일 하늘바이오는 오희숙 명인(왼쪽 일곱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연근부각 캐나다 코스트코(COSTCO) 직수출 기념식을 가졌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지난달 23일 하늘바이오는 오희숙 명인(왼쪽 일곱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연근부각 캐나다 코스트코(COSTCO) 직수출 기념식을 가졌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한국의 맛 수출하고 전통을 이어간다

㈜하늘바이오, 캐나다 코스트코에 연근부각 직수출
지난 4월 미국 홀푸드마켓 김부각 수출 100회 달성
 

 

오희숙 명인의 ㈜하늘바이오는 전통부각을 세계인들의 K-스낵으로 자리잡기 위해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캐나다 코스트코(COSTCO)에 연근부각을 직수출했고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미국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이하 홀푸드)에 김부각을 수출한 지 100회째를 달성했다. 캐나다 코스트코에는 20피트 컨테이너 2대 물량인 연근부각 1.8t을 수출했다.  

수출 물량을 채우기 위해 경남도내 연근 약 5t을 매입했으며 수출이 1년간 지속될 때 연 60t의 연근을 간접 수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외 판매용 부각 제품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해외 판매용 부각 제품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하늘바이오 관계자는 “지난 5월 캐나다 토론토 SIAL 박람회 aT 한국관에 참가하며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이제 그 결실을 보는 것 같다”며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부각을 개발해 한국 전통 식품인 부각과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미국 홀푸드 김부각 수출건은 2014년 시작해 미국 현지에서 웰빙간식으로 인기를 얻으며 꾸준하게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홀푸드는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북아메리카와 영국에 500여 개의 점포가 있다.

하늘바이오가 선보인 국내 판매용 부각 제품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하늘바이오가 선보인 국내 판매용 부각 제품들.사진=하늘바이오 제공

박승진 거창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번 100회 차 수출은 한국 전통식품인 부각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라며 “국내산 쌀과 농수산물가공 수출에 앞으로도 더욱 많은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늘바이오 김부각 제품은 2017년에 IT업체 구글 본사의 간식품목으로 선정돼 277만 달러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식사와 간식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공상융합형 중소기업이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에 새로운 한국형 디저트 문화에 대한 인지도 제고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시장에 한국 전통과자 등 한국형 디저트 수출의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태권 기자 m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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