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평균 실종’ 시대, 소비 양극화… “초저가 vs 프리미엄”
[신년 특집] ‘평균 실종’ 시대, 소비 양극화… “초저가 vs 프리미엄”
  • 이동은 기자 lde@, 엄윤정 기자
  • 승인 2024.01.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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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원 커피·2900원 햄버거·6900원 케이크 등 가성비 제품 잇달아 등장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2월 9980원에 출시한 ‘즐거운 꽃카 케이크’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GS25가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와 협업해 출시한 ‘제로베이스원 멜팅레드벨벳케이크’는 가성비를 앞세워 65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2월 9980원에 출시한 ‘즐거운 꽃카 케이크’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GS25가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와 협업해 출시한 ‘제로베이스원 멜팅레드벨벳케이크’는 가성비를 앞세워 6500원에 판매했다.

엔데믹 시대와 함께 시작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경기불황이 식품·외식업계의 소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성비를 뛰어넘은 초저가의 ‘가격 파괴’ 제품과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성행하는가 하면 평소 접하기 힘든 특별한 한 끼나 프리미엄 제품을 추구하는 ‘플렉스’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비용 절감을 위해 평일에는 최대한 식비를 아꼈다가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는 한 끼라도 값비싼 식사나 프리미엄 제품을 즐기는 이른바 ‘응축소비’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외식·유통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살펴봤다.사진=식품외식경제 DB, 각사 제공

 

케이크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2월 9980원에 출시한 ‘즐거운 꽃카 케이크’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GS25가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와 협업해 출시한 ‘제로베이스원 멜팅레드벨벳케이크’는 가성비를 앞세워 65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2월 9980원에 출시한 ‘즐거운 꽃카 케이크’를 살펴보고 있다.(왼쪽) GS25가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와 협업해 출시한 ‘제로베이스원 멜팅레드벨벳케이크’는 가성비를 앞세워 6500원에 판매했다.

6900원부터 30만 원대 케이크까지 등장

연말연시를 맞아 케이크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1만 원대 이하의 가성비 케이크부터 수십만 원대의 호텔 케이크까지 등장하는 등 케이크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케이크를 선보이며 짠테크족 공략에 나섰다. 편의점 GS25는 지난해 11월 인기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와 협업한 ‘제로베이스원 멜팅레드벨벳케이크’를 출시했다. 붉은색 빵 시트에 크림치즈를 올린 해당 제품의 가격은 6500원이다. 또한 매일유업과 손잡고 선보인 ‘산리오캐릭터즈 미니 케이크’는 6900원이다. 

세븐일레븐도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1~2인용 미니 도시락 케이크 3종을 6900원에 선보였다. 미니 도시락 케이크는 지난해 7월 출시 당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초도물량 5만 개가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2월 9980원에 출시한 ‘즐거운 꽃카 케이크’도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베이커리 제품 매출을 끌어 올렸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8일까지 이마트 내 블랑제리와 E-베이커리 매장에서 판매한 1만 원 내외의 크리스마스 베이커리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누적 판매량 4만 개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온라인 사전 예약을 받은 ‘즐거운 꽃카 케이크’와 ‘꽃카와 함께 부쉬드노엘’ 등 케이크 2종은 기업 행사나 모임을 위한 단체 주문 건수가 증가, 전년 동일 가격으로 출시한 ‘빵빵덕 케이크’에 비해 35%나 높은 예약률을 나타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각종 행사 및 모임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실속 있는 홈파티 아이템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는 호텔 프리미엄 케이크 중 30만 원으로 가장 고가에 판매됐다.(왼쪽) 조선팰리스의 ‘브라이트 화이트 트리’ 케이크는 28만 원에 판매됐다.
서울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는 호텔 프리미엄 케이크 중 30만 원으로 가장 고가에 판매됐다.(왼쪽) 조선팰리스의 ‘브라이트 화이트 트리’ 케이크는 28만 원에 판매됐다.

특급호텔 케이크 30만 원… 수량 한정 희소성

특급호텔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케이크를 출시, 플렉스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호텔 프리미엄 케이크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트러플을 활용한 서울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케이크로 가격은 30만 원이다. 해당 제품은 최고가임에도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팰리스는 ‘브라이트 화이트 트리’ 케이크와 ‘에뚜왈’ 케이크를 각각 28만 원, 26만 원에 선보였으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2023메리고라운드’ 케이크를 50개 한정으로 25만 원에 판매했다. 시그니엘 서울은 트리 소품을 오마주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박스’ 케이크를 21만 원에,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하얀 고깔 모양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17만8000원에 선보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생일,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특별한 날 호텔 케이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매년 케이크에 들어가는 원재료나 디자인 등에 더욱 신경 쓰는 만큼 가격대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케이크 수량에 제한을 두고 한정 판매해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햄버거 

햄버거 업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브랜드 버거의 ‘짜장버거’(2900원), 롯데리아 ‘더블버거 3종’(4500~6900원), 고든램지 버거의 ‘1966 버거’(14만 원), 고든램지 버거 잠실 롯데월드몰점 매장 내부 전경.
햄버거 업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브랜드 버거의 ‘짜장버거’(2900원), 롯데리아 ‘더블버거 3종’(4500~6900원), 고든램지 버거의 ‘1966 버거’(14만 원), 고든램지 버거 잠실 롯데월드몰점 매장 내부 전경.

가성비 좋은 패스트푸드? 파인 다이닝 고급 요리?

햄버거 업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2000원대 단품 버거와 4000원대 세트로 초가성비 전략을 내세우는 업체와 2~5만 원에 육박하는 세트로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업체가 극명하게 갈라지는 모습이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의 ‘짜장버거’는 최근 햄버거 업계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짜장버거는 단품 2900원, 세트 4900원의 가격으로 출시돼 ‘역대급 가성비’라는 호평과 함께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세계푸드가 직접 개발한 짜장소스에 타 브랜드보다 20% 두툼한 고기 패티, 양파, 양상추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노브랜드 버거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짜장버거는 일 평균 1만여 개씩 팔리며 출시 3일 만에 누적 판매량 3만 개를 넘어섰으며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노브랜드 버거가 지난해 출시한 메뉴 중 최다 판매 기록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 버거의 브랜드 슬로건인 ‘Why pay more? It’s good enough(왜 더 내? 이걸로 충분해)’처럼 역대급 가성비로 선보인 짜장버거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성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맛과 품질이 뛰어난 메뉴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롯데리아가 지난해 4월 출시한 ‘더블버거 3종’도 가성비 버거로 손꼽히며 출시 15일 만에 판매량 120만 개를 기록했다. 더블버거 3종은 롯데리아의 인기 실속 메뉴 데리버거와 치킨버거에 각각 패티를 한 장 더 추가하고 클래식치즈버거에는 치즈와 패티를 각각 추가한 메뉴다. 데리버거와 치킨버거는 기존 메뉴 대비 버거 완제품의 중량을 각각 약 27%, 약 45% 늘렸다. 가격은 4500원~6900원으로 책정해 판매 일주일 만에 5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최고가 햄버거 14만 원… ‘플렉스 소비’ 자극

현재 햄버거 업계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고든램지 버거의 ‘1966 버거’를 꼽을 수 있다. 1++(투플러스) 한우 패티와 채끝등심,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송로버섯, 방사 유정란, 12년산 발사믹 식초 등 최고급 식재료로 만든 1966버거의 가격은 14만 원이다. 고든램지 버거는 1966 버거를 통해 단순한 햄버거가 아닌 레스토랑 고급 요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고든램지 버거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램지의 이름을 내세운 하이엔드 콘셉트의 수제버거 브랜드다. 지난 2022년 1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아시아 최초 매장을 론칭한 이후 지난해 6월 말에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 2호점을 오픈했다. 각 매장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버거 그 이상의 차별화된 미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이엔드 다이닝인 만큼 매장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1966 버거 외의 대표메뉴는 헬스키친 버거(3만1000원), 포레스트 버거(3만3000원), 블루치즈 버거(3만3000원), 아메리칸 버거(2만7000원) 등이다. 버거 단품에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즈(1만9000원), 음료(1만 원대) 한 잔만 시켜도 5만 원이 훌쩍 넘는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경험 소비’, ‘플렉스 소비’, ‘럭셔리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 MZ세대 소비자들은 단품 3만 원대의 햄버거를 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가의 햄버거를 먹는 것을 하나의 경험이자 일종의 ‘도장깨기’ 같은 도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주머니 사정에 따라 햄버거는 가성비 좋게 ‘한 끼 때우는 빵’이 될 수도, ‘파인 다이닝의 고급 요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한 끼 플렉스”… 응축소비 일반화로 프리미엄 시장 인기

 

뷔페 

수산물 전문 기업 바이킹그룹이 지난 2022년 3월 오픈한 시푸드 뷔페 크랩52는 성인 이용 가격이 200달러(한화 약 27만 원․환율에 따라 매일 다르게 책정)임에도 사전 예약이 어려울 만큼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수산물 전문 기업 바이킹그룹이 지난 2022년 3월 오픈한 시푸드 뷔페 크랩52는 성인 이용 가격이 200달러(한화 약 27만 원․환율에 따라 매일 다르게 책정)임에도 사전 예약이 어려울 만큼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고물가에 뷔페 부활…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존폐 위기를 맞았던 뷔페업계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외식물가로 인해 정해진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뷔페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매장·메뉴를 리뉴얼해 새롭게 오픈하거나 최고급 프리미엄 매장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레스토랑 애슐리퀸즈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 매장을 고급화하고 기존 애슐리 매장을 프리미엄 모델인 애슐리퀸즈로 통합 전환해 리뉴얼 오픈했다. 80여 종이던 메뉴는 200여 종까지 늘렸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애슐리퀸즈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50%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해 오픈한 광교점, 인천점, 일산점 등 신규 매장 4곳은 모두 출점 직후 평균 월매출이 50~75%까지 증가했다.

앞서 애슐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2019년 95개였던 매장 수는 2020년 69개, 2021년 59개, 2022년 55개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그러나 엔데믹 시대를 맞은 지난해부터 전국 주요 상권에 신규 매장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 지난해 12월 기준 애슐리퀸즈 매장은 75개까지 증가했다. 애슐리퀸즈는 올해도 신규 매장을 확대하며 고급화 전략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쿠우쿠우가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에 론칭한 두 번째 브랜드 ‘쿠우쿠우 블루레일’. 가성비 높은 초밥을 제공하는 회전초밥 브랜드다.
쿠우쿠우가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에 론칭한 두 번째 브랜드 ‘쿠우쿠우 블루레일’. 가성비 높은 초밥을 제공하는 회전초밥 브랜드다.

초밥 뷔페 레스토랑 쿠우쿠우도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크게 받은 업체 중 하나다. 2020년 110개였던 매장 수는 2021년 96개, 2022년 84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쿠우쿠우는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에 두 번째 브랜드 ‘쿠우쿠우 블루레일’을 론칭했다. 쿠우쿠우 블루레일은 단품 메뉴 구성의 회전 초밥 브랜드로 다양한 초밥과 롤·군함 메뉴 등을 접시당 균일가 1500원·2000원에 즐길 수 있다. 매일 아침 공수되는 광어, 도미, 점성어, 전복 등의 생선을 매장 내 수족관에서 직접 잡아 신선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초밥을 제공한다. 

김동현 쿠우쿠우 대표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의 초밥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쿠우쿠우가 가진 바잉파워를 통해 납품가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회사 프레시하다를 통해 주요 냉동수산물을 유통하고 동원 등 대기업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1인 30만 원 시푸드 뷔페, 한 달 전 예약 마감

초고가 뷔페의 인기도 여전하다. 수산물 전문 기업 바이킹그룹이 지난 2022년 3월 오픈한 시푸드 뷔페 크랩52는 현재까지도 사전 예약이 어려울 만큼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크랩52는 ‘세상의 모든 게’를 콘셉트로 다양한 크랩 요리를 제공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대게부터 던지니스 크랩, 랍스터, 크레이피쉬 등 세계 10개국으로부터 직접 공수한 크랩들을 맛볼 수 있다.

매장은 340평 규모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 최상층인 52층에 위치해 있다. 오픈 치킨 형태로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주문 즉시 조리해 더욱 신선한 요리를 제공한다. 이용 가격은 1인 기준 성인 200달러(한화 약 27만 원), 어린이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다. 방문 전날 최종 고시 환율에 따라 매일 다르게 책정되는 원화로 이용 금액을 받고 있다. 고가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에서 한 달 동안의 예약이 모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다. 

 

커피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신논현역점을 열고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신논현역점을 열고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초저가 아니면 고급 커피로 쏠리는 소비자들

커피업계 역시 저가커피와 고급 브랜드 커피로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중간 가격대의 평범한 카페들은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지난해 1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수(2만9455개)가 사상 최초로 치킨 가맹점 수(2만9305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창업이 증가한 만큼 폐업률도 늘었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에서도 2022년 폐업한 커피전문점 수는 서울시에만 2187개로 업종별 폐업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커피업계는 이처럼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프로모션을 통해 1000원대 저가커피보다 더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거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고가의 커피를 내놓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저가커피 브랜드의 1000원대 아메리카노보다 더 저렴한 99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며 초저가 전략을 내세웠다. 파리바게뜨는 자체 커피 브랜드인 카페 아다지오의 아메리카노를 990원에 판매하는 ‘착!한 아메리카노’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좋은 품질의 맛있는 제품을 혜택 가격으로 선보이는 ‘착!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해를 기념해 고객들에게 큰 혜택을 전하고자 기획됐다. 행사는 새해 첫날인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카페 아다지오 시그니처’ 아메리카노(HOT·ICE)를 990원에 판매했다.

카페 아다지오는 파리바게뜨가 베이커리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선보인 자체 커피 브랜드다. 

파리바게뜨는 초저가 전략으로 저가커피 브랜드의 1000원대 아메리카노보다 더 저렴한 99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파리바게뜨는 초저가 전략으로 저가커피 브랜드의 1000원대 아메리카노보다 더 저렴한 99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한편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9월에 진행한 착한 커피 990원 행사는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2주 만에 200만 잔 판매를 돌파한 바 있다.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 고수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신논현역점을 열고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픈 초 팀홀튼은 캐나다 현지보다 높은 커피 가격으로 가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 팀홀튼의 주요 메뉴 가격은 아메리카노 4000원, 오리지널 아이스캡 5100원, 프렌치바닐라 5900원이다. 캐나다에서는 각각 2.49달러(약 3273원), 3.49달러(약 4589원), 2.79달러(약 3668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을 비교하면 아메리카노는 22.2%, 오리지널 아이스캡은 11.1%, 프렌치바닐라는 60.8%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팀홀튼의 가격 논란이 소비자 선호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팀홀튼 신논현역점에는 오픈 첫날부터 오픈런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후 꾸준히 대기 인원이 있을 정도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12일 신논현역점을 오픈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2호점인 선릉역점을 오픈했으며 오는 16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그랜드센트럴 빌딩에 국내 3호점이자 서울 강북 지역 첫 매장을 낸다. 서울 강남에 이어 강북 지역까지 진출해 본격 전국 매장 확대에 나선 팀홀튼은 5년 내 150개 이상의 국내 매장을 갖춘다는 포부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커피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저가커피를 선호하면서 소비가 각각의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가격이나 콘셉트가 애매한 중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특별함이나 차별점을 가져야 커피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 

홈플러스 ‘당당치킨’.(왼쪽) 편의점 GS25가 지난 15일부터 자사 치킨 상품 ‘쏜살치킨’을 리뉴얼하고 최저 7900원에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왼쪽) 편의점 GS25가 지난 15일부터 자사 치킨 상품 ‘쏜살치킨’을 리뉴얼하고 최저 7900원에 판매 중이다.

치킨 한 마리 ‘3만 원’ 시대, 7900원 저가 치킨 등장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를 필두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잇달아 치킨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편의점과·대형마트는 1만 원 이하 치킨을 선보이면서 ‘치킨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대신 편의점·대형마트 치킨을 선택, ‘짠테크’ 소비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앞서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제품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으며 bhc 역시 지난해 12월 대표 메뉴인 뿌링클 치킨을 포함한 85개 치킨의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폭은 교촌치킨과 같이 500~3000원에 달한다. BBQ도 2022년 5월 주요 제품 가격을 2000원 이상 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치킨 단품의 가격은 2만 원대를 넘어서 인기 메뉴는 2만 원대 후반대다. 여기에 배달비 등을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가파르게 오른 치킨전문점 치킨 대신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가성비 치킨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 3사가 판매 중인 즉석조리 치킨 가격은 7000~1만5000원 대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최대 3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홈플러스 ‘당당치킨’과 이마트 ‘생생치킨’은 각각 7990원, 9980원에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3일까지 ‘크런치 콘소메 치킨’과 ‘큰 치킨’을 각각 4000원씩 할인해 1만1900원, 1만900원에 판매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의 냉동치킨류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7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의 냉동치킨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지난해 기준 냉동치킨 상품군 매출이 각각 25%,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지난해 9월 2000원 대 가격의 PB 득템시리즈 순살치킨득템을 출시했다.
CU는 지난해 9월 2000원 대 가격의 PB 득템시리즈 순살치킨득템을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가성비 치킨 경쟁에 가세했다. CU는 지난해 9월 2000원 대 가격의 PB 득템시리즈 순살치킨득템(250g)을 출시하며 편의점업계 치킨 초저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순살치킨득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냉동치킨 카테고리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하며 누적 판매량 16만 개를 돌파했다. CU는 치즈볼과 소스, 콜라를 더해 세트로 구성한 1만 원대 초반 가격의 ‘자이언트 치킨박스’도 운영 중이다.

GS25도 지난해 12월 쏜살치킨(600g) 가격을 1만3000원 대에서 1만1000원 대로 인하하고 다양한 할인 행사를 선보이는 등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오프라인 유통업계로 향한다”며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는 고급 음식이 아닌 이상 맛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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