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폰테, 역사 깊은 추억 공간으로 남길”
“일 폰테, 역사 깊은 추억 공간으로 남길”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4.03.18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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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홍석일 상무(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식음료부)
홍석일 상무.(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식음료부)
홍석일 상무.(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식음료부)

“일 폰테를 아시나요?”. 서울 남산자락에서 40년간 자리를 지켜온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이하 힐튼 호텔)이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일 폰테’는 힐튼 호텔이 운영한 국내 호텔 최초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힐튼 호텔의 영업 종료와 함께 문을 닫았다. 힐튼 호텔의 오프닝 멤버로 합류해 40년간 F&B 서비스를 총괄 담당한 홍석일 상무를 만나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일 폰테’와 호텔 F&B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사진=정태권 기자 mana@

▲1983년 힐튼 호텔의 오프닝 멤버로 합류해 호텔의 F&B 서비스를 총괄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국내 호텔 레스토랑들의 특징과 분위기는 어땠나.
=당시 국내 호텔들은 호텔마다 한식당, 일식당, 중식당, 델리, 베이커리, 로비 라운지 등 10~12개씩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호텔 바깥에 전문식당이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호텔 내 레스토랑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다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아직 국내에서 흔치 않던 시기여서 1987년 국내 호텔 최초로 오픈한 ‘일 폰테’는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국내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이다. 그 이전에는 양식이라고 하면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과 같은 메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 폰테를 오픈하게 된 배경과 의미가 궁금하다.
=힐튼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호텔이다. 인터내셔널 호텔이라는 특성상 당시 서울 힐튼 호텔에도 내국인만큼 외국인 고객의 비율이 높았고, 물론 그중에는 유럽 고객들도 많았다. 호텔 내 한식, 중식,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있었지만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없어 ‘일 폰테’를 오픈하게 됐다. 글로벌 호텔인 만큼 국가별 전문식당을 갖춰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일 폰테 오픈 이후 고객 반응은 어땠나. 
=일 폰테는 오픈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안 음식은 마늘, 양파, 가지 등 각종 채소와 해산물, 토마토 소스를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담백하고 건강한 음식들이 많다. 특히 한국인들은 국수를 일상적으로 자주 먹고 좋아해 파스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파스타, 피자, 리소토,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 구성으로 남녀노소 불문 많은 고객들이 일 폰테를 찾았다.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이면 레스토랑 밖으로 긴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였다. 힐튼 호텔의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해 온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단골도 많았고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까지 3대가 함께 다니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울힐튼 이태리 식당 일폰테(IL Ponte).
서울힐튼 이태리 식당 일폰테(IL Ponte).

▲오랜 역사와 명성을 쌓아 온 일 폰테가 힐튼 호텔의 운영 종료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심경은 어떠한가. 
=당연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일 폰테는 오픈 이후 마지막까지 줄곧 이탈리아 현지 조리장이 주방을 책임지고 정통 이탈리아 요리법에 기초해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여왔다. 때문에 ‘이탈리안 요리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많은 이탈리안 요리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힐튼 호텔에서 국제회의나 월드컵 오프닝 세레머니 등 국제 행사가 열릴 때면 수많은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방문한 만큼 명성 높은 곳이다. 힐튼 호텔과 일 폰테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긴 고객들이 많을 텐데 더는 방문할 수 없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 힐튼 호텔과 일 폰테 모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곳들이다. 

▲호텔 F&B 서비스가 일반 F&B 서비스와 다른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호텔 F&B 서비스가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호텔은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서비스하는 곳이다. 호텔에서는 식재료 관리, 음식 조리, 위생·청결 관리, 서비스 등 F&B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체계화된 매뉴얼과 시스템을 통해 디테일하게 교육한다. 따라서 그 과정이 일반 F&B 서비스보다 길고 어려울 수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탈리안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외식업소를 운영하는 모든 이들에게 ‘초지일관’의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식당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말고 맛과 품질, 서비스에 있어 기본을 지켰으면 좋겠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조금 저렴한 식재료를 쓴다거나 장사가 잘된다고 서비스가 바뀌어버리면 그 순간 고객과의 신뢰는 무너지는 것이다. 

고객은 작은 서비스에도 감동한다. 마음에 와닿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다면 꾸준히 사랑받는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호텔 F&B 사업이 전성기를 거쳐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주춤한 모습이다. 호텔 F&B 사업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호텔 경기는 부동산 경기와 비슷하다. 즉 경기가 좋아야 호텔도 부활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서 호텔 F&B 사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호텔 레스토랑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일부 호텔 레스토랑을 보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는 곳들이 많다. 호텔은 서비스 산업이다 보니 호텔 레스토랑의 가격은 결국 인건비인데, 여름 휴가철이나 연말 성수기면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똑같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2~3배에 달하는 가격을 받는다. 이는 ‘가격 거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부적절한 행태다.

호텔 F&B 서비스도 가성비가 필요하다. 음식의 가격은 합리적으로 낮추고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부담 없이 호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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