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 외식산업의 청사진은?
2010년 한국 외식산업의 청사진은?
  • 김병조
  • 승인 2005.12.1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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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2010년 12월 말, 여의도 증권가 어느 객장의 점심시간. 투자자들 사이에 “우리 회사로 밥 먹으러 갑시다”는 소리가 나온다. 50년의 전통을 갖고 3대째 가업으로 이어가는 ‘맛집’이자 연말특수로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리 업소’에 가서 식사를 하자는 말이다. 주가가 올라 투자이익을 많이 냈으니 주인한테 감사의 표시도 하고, 같은 값이면 그 집에 가서 팔아주면 매출에도 기여될 수 있으니 굳이 다른 집에 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 어느 은행 지점의 펀드 상품 판매 창구. 외식 프랜차이즈 투자용 실물펀드 상품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어느 자산운용사에서 특화된 메뉴와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기업형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한 업체에 투자해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이익을 안겨줬다는 뉴스가 안방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시간, 해당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손님이 식사를 즐기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꿈만 같고, 어떻게 보면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일 수 있다. 아니 반드시 현실로 다가올 한국 외식산업의 청사진이다. 필자가 가정한 것처럼 5년 후인 2010년이 될지 10년 후인 2015년이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런 시절이 오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50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외식업소를 증권가에서 그냥 놔둘 리 없다. 앞 다퉈 찾아와 기업공개 주간사를 맡겠다며 주인을 설득하게 돼 있으며, 이렇게 해서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거나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업소의 주식은 직접 음식의 맛을 본 경험이 있거나 입소문을 들어 유명세를 알고 있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증권가에서는 인기주로 통하게 된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해 해외로 진출한 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음식은 먹고 즐기는 문화로서 뿐만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그것도 ‘대박’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미래지향적인 산업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이웃 일본에서는 현실화된 지 오래다. 일본의 경우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업체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외식업체가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상장된 것은 1978년으로 3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대기업에 해당하는 (주)로얄과 2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도덴코(중화요리 전문점)가 78년에 상장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후로 일본에서는 1982년에 상장된 스카이락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1987년에 상장된 기소지(샤브샤브 전문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업소, 그리고 1999년 이후 상장된 사카이와 안라쿠데이, 규가쿠를 비롯한 고기 전문점 등 최근에 영업을 시작한 업소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상장을 했다. 게다가 올해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인터넷 업체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음식점을 비롯한 외식업을 그저 ‘밥장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업주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굴지의 대기업도 처음 시작은 ‘밥집’ 수준의 구멍가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원히 ‘밥집’ 또는 ‘구멍가게’로 남느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느냐는 경영하는 사람의 마인드에 달려있다.

혹자는 이런 반문을 할 것이다. 음식점이 기업형으로 바뀌면 본래의 그 맛과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잘못된 생각이다. 거꾸로 말해서 기업형으로 바뀐다고 해서 맛과 전통을 유지할 수 없다면 기업형으로 바뀔 수가 없다. 또 기업형이라고 해서 점포가 많아야 하거나 매출이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는 주당가치에 있는 것이지 주식수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맛의 비결이나 경영비법을 갖춘 외식업체라면 ‘작지만 가치 높은 기업’으로 우리사회에 기업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5년 내지 10년이 지나면 우리 눈앞의 현실로 전개될 한국외식산업의 청사진을 볼 줄 아는 혜안이 있다면, 외식업체들이 오늘 현재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인드로 영업을 하고 경영을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은 저절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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