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초대 농수산식품부장관이 해야 할 일
정운천 초대 농수산식품부장관이 해야 할 일
  • 관리자
  • 승인 2008.02.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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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성공한 농업CEO니까 농업에도 경영마인드를 접목해서 우리 농촌이 잘 살수 있게 하지 않겠습니까.”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농업과 수산업, 식품산업까지 포괄하는 거대부처를 끌어갈 수 있겠습니까.”

정운천 초대 농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그야말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대감을 표시하는 쪽은 몰락하고 있는 국내농업을 경영자로서 성공한 그가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며, 우려하는 쪽은 농업CEO로 성공했다고 해서 농업행정을 잘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정운천 장관은 일종의 스타다.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키위 재배로 농업에 투신해 ‘참다래유통사업단’을 통해 성공한 농업CEO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키위 아저씨’로 소개까지 되었고 ‘거북선 농업’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행정의 달인인 관료출신이나 저명한 학자들을 제치고 농수산식품부의 초대 장관이 되었으니 또 한 번 스타가 된 셈이다.

보편적으로 스타는 주목을 받게 마련이다. 더구나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는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이목 때문에 스타는 스스로 이미지 내지는 인기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정운천 장관은 키위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비롯한 일부 농업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일지 몰라도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은 인물이다. 특히 식품외식업계에는 매우 생소한 인물이다. 그래서 취임 이후 그가 보여줄 행보가 더욱 관심거리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와 제대로 하겠는가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에 정운천 장관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운천 장관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뭘까. 기대에 부풀어 있는 쪽을 향한 인기관리도 아니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뭔가 색다른 것도 아니다. 기존의 정책방향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가진 나름대로의 장점을 좀 더 접목시키기만 하면 된다.

최근 농수산식품부의 정책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대량 수요처인 식품산업과 농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산에만 치중했던 농업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식품산업진흥법도 만들어졌고 부처의 명칭도 바뀌는 큰 틀이 이미 마련된 상태다.

전임 박홍수, 임상규 장관의 공이 크다. 정운천 장관은 전임 장관들이 만들어 놓은 큰 틀 속에서 로드맵을 만들고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 정운천 장관은 지금부터 자신이 성공한 농업CEO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농업은 씨를 뿌려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고 과정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며, 거름을 줄 때와 잡초를 뽑아야 할 때 등 매 과정마다 해야할 절차를 무시하면 안 된다. 본인이 성공한 농업CEO라고 해서,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 역시 성공한 CEO이기에 자신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업은 청계천 복원 공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장관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장관의 재임기간이 1~2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정운천 장관이 그런대로 방향이 잘 잡혀있는 현재의 정책을 뒤엎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설픈 새로운 시도는 혼란만 자초하기 마련이다.

정책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끝내 성공하면 되는 사업과는 다르다. 키위 농업을 하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비닐하우스 안에 벽돌로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5년을 넘게 살았다고 하는 정운천 장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정 장관은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들판에서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툭툭 털고 저 한 몸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만, 정부 일이야 어디 그런가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나를 부른 것은 농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라는 주문이 아닌가 싶다”며 “굳어진 농업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살아 꿈틀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 장관이 말하는 ‘새로운 물결’이 제발 또 다른 하나의 시행착오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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