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진정한 의미
상생(相生)의 진정한 의미
  • 관리자
  • 승인 2006.07.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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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김병조
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 월가의 영웅 워런 뷔펫이 얼마 전에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이 아니라 빌 게이츠 이름으로 된 재단에 기부를 했다. 필자는 미국인들의 이런 도네이션(사회 기부) 문화를 접할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늘 그 정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못할까. 미국인들의 가치관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의 차이는 뭘까. 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됐을까. 이런 것들이 필자가 가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아직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적 이유일까. 아닌데, 우리나라도 기독교 문화가 사회 저변에 깊이 확산돼 있고, 또 전통 종교인 불교에서도 남을 위해 베푸는 ‘보시’ 정신이 매우 중요한 덕목인데. 별의 별 생각을 다해보지만 쉽게 해답을 구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는 서구사상의 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You First’ 정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30여년간 외식업으로 크게 성공한 어느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완벽할지는 몰라도 필자는 그보다는 더 큰 의미의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필자가 가진 그 의문의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저도 조만간 재단을 만들어 제가 그동안 번 재산을 사회를 위해 기부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국가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분은 그러면서 한마디 더 보탰다.
“전 세계에서 미국인들이 애국심 1위입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남이 잘 된 것을 흉보지 않고 존중합니다.”
미국인들 중에서도 국가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평균적으로 세계에서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1위인 이유는 뭘까. 필자는 개인이나 사회, 정부 등 모든 차원에서 공정한 룰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고, 그런 가운데서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을 인정해주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미국 사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자기가 잘된 것이 자신만이 잘나서 잘됐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나아가 공정한 룰에 의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풍토를 만들어준 국가에 의해 내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기에 평생을 벌어 온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를 위해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바로 이것이 진정한 상생(相生)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남을 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남을 위한 생각과 행동을 하려면 남을 인정하고 존중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경제계 등 우리사회에도 요즘 곳곳에서 입만 벌리면 상생이니 윈윈(win-win)이니 하는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그 의미에 부합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간다.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지 오래고 흑백논리의 극한대립만이 존재한다. 상대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데 무슨 대화나 타협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무슨 상생정치를 하겠다는 건가.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상대방이 잘돼야 나도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만이 상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업문화는 어떤가. 본지 이번 호 1면 기사에서도 그 단면을 읽을 수 있듯이 우리사회는 강한 자와 약한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극명하게 구분돼 있다. 상생을 위한 대등한 관계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갑’과 ‘을’의 관계만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말로는 가맹점주들의 이익이 곧 본사의 이익이라며 떠들어대지만 진정 가맹점주들과 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업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자기네 매장에 납품을 하는 중소업체들의 존재 가치를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과 함께 윈-윈 하기 위해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까.

존중과 배려는 없고, 속이고 속는 사회, 그래서 배신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상생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런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와 워런 뷔펫과 같은 사람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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