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업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야
음식점업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야
  • 김병조
  • 승인 2006.12.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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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얼마 전 충북 음성에 있는 어느 장어구이 집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10월에 열린 ‘2006 대한민국 농산물 요리대전’에서 수상한 업소들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이 업소는 ‘꼬장탕’이라는 메뉴로 상을 받은 업소였다. ‘꼬장탕’은 꼬꼬 닭과 장어를 함께 넣어 만든 요리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어 양식장을 갖추고 장어요리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20대의 젊은 두 형제가 개발한 음식 메뉴다.

토종닭과 민물장어를 주재료로 활용해 만든 보양식인 ‘꼬장탕’은 오랜 기간의 실험을 거쳐 탄생했고 제조기법이 특허등록까지 된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음식이다.

닭이나 장어 모두 고단백 식품인지라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맛이 나기 쉬운데 이 음식은 담백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노하우이며 그래서 특허등록까지 된 음식이다.

젊은 두 형제가 ‘꼬장탕’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벤처정신의 발동에서 시작됐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그동안 운영하던 양식장과 여러 개의 식당을 정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직원들을 위한 마지막 회식 자리를 마련하려고 하는데, 남자들은 장어구이를 원하고 여자들은 닭죽을 원하는 것을 보고 장어와 닭죽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꼬장탕’ 개발의 동기다.

소위 ‘특종보양식’을 만들겠다는 벤처정신이 발동한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로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두 젊은 형제는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결과 대나무와 압력솥을 이용해 두 재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마침내 위화감 없는 조리법을 개발해냈다.

닭과 장어의 육질 차이에 의해 함께 끓이면 장어는 허물어지고 닭은 설익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나무통 안에 장어를 넣어서 끓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같은 압력솥 안에 닭과 장어가 같이 들어있지만 사실상 분리되는 방법을 찾게 됐고, 이렇게 함으로써 닭이 익는 시간에 맞춰 장어도 익게 되고, 손님에게 추가로 대나무통밥까지 제공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조리시간 조정, 대나무통밥 생성, 장어 모양 유지)를 거둘 수 있었다.

‘꼬장탕’은 이처럼 벤처정신으로부터 시작해 실패를 거듭하는 연구와 실험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선을 보였고,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황금장어구이’라는 어느 시골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직접 맛을 보고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필자는 ‘이것이 바로 벤처다’는 생각을 가졌다. 벤처기업으로 육성돼 많은 미식가들이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현행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숙박 및 음식점업’이 벤처기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을 비롯해 ‘부동산업’, ‘오락, 문화, 운동 관련 서비스업’, ‘기타 서비스(세탁, 이ㆍ미용, 목욕탕 등)’ 등 43개 업종이 유흥, 사치업종으로 분류돼 벤처기업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음식점업이 유흥, 사치업종이라는 발상부터가 잘못됐지만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 자체가 벤처정신의 발로이며 과학기술 문명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랜 역사를 통해 조상대대로 전승되어오고 있는 전통음식의 우수성이 이미 과학적 근거에 의해 증명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즉 음식은 과학이며, 음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인에게 먹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새로운 음식개발자들을 벤처기업가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꼬투리 김밥’을 개발한 어느 프랜차이즈 업체가 외식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 업체도 새로운 ‘음식’을 개발한 이유로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벤처기업 제외 업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개발하는데 프랜차이즈 본사가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면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 세계가 ‘음식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벤처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음식 연구개발에 더욱 몰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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