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연초부터 즉석밥, 통조림, 두부, 콩나물 등 밥상물가가 요동치더니 최근에는 제빵업계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영향을 받아 메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업계 1위 업체들이 연달아 가격을 올리자 후발업체들까지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어 국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풀무원은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14% 인상했으며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는 즉석밥 가격을 6%~11% 인상했다. 샘표식품은 통조림 제품 가격을 평균 42% 올렸다. 제과업계의 대표 주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5.6%, 9%씩 인상했다.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여파는 외식업계로 이어졌다.
롯데리아는 버거류 13종, 디저트 7종, 음료 2종, 치킨 메뉴 3종 등 메뉴 25종의 가격을 지난달 1일부터 인상했다. 제품별로 각각 100원~200원씩 가격이 올랐고 평균 인상률은 약 1.5% 수준이다.
롯데GRS는 △인건비 상승 △식자재 수입국의 수급 불안정과 단가 인상 △결제 수수료 증가 △가맹점주의 요청 등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았다.
맥도날드 역시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 만에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버거류 11종을 포함한 총 30종 품목의 가격을 100원~300원 인상했다. 전체 품목의 평균 인상률은 2.8%다. 맥도날드는 “닭고기, 돼지고기, 계란, 토마토, 양파 등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20%~30% 급등하고 지난 5년간 인건비 부담이 심화됐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설 명절 수요와 한파로 인한 채소류 작황부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이 겹치면서 16.2% 올랐다. 10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처럼 고공행진 하는 물가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요 농축산물 가격 동향과 전망, 대응책 등이 논의됐다.
김 차관은 “쌀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양파와 과일 등은 민간수입과 물량 출하 확대를 독려해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연한 비축물량 방출과 수입 확대는 단발성 대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최근 기상이변 등에 따른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수급 불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와 식재료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단발성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요동치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