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먹기 좋은 날
명태 먹기 좋은 날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4.01.1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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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국민 생선이라고 하면 멸치와 고등어 등을 떠올리지만 명태를 빼놓을 수 없다. 명태는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름의 유래도 조선시대 함경북도 명천(明川) 지방에 사는 어부 태(太)씨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지방 관찰사에게 잡은 물고기를 반찬으로 내놓았고 관찰사는 물고기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르자, 명천 지명과 태씨 어부의 앞글자를 따서 ‘명태’로 부르게 했다는 설이 있다. 실상 조선시대에는 명나라 태조와 발음이 비슷하여 명(明)의 눈치를 보던 관리들에게는 금기시됐다고 하고 본래의 ‘무태어(無泰魚)’로 불렸다고 한다.

한류성 어류의 대표 어종인 대구과(科)에 속하는 명태는 우리나라 경북 이북의 동해안에 널리 분포했으나, 함경남도 연안에서 가장 많이 잡혔고 북쪽 지역에서 나는 물고기라 하여 북어(北魚)로도 불렸다. 과거에 명태는 워낙 많이 잡혔고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이라 명태라는 이름은 다른 나라에도 부르는 어원에 많은 영향을 줬다. 중국의 동북 지방에서는 ‘밍타이위(명태어, 明太鱼)’라는 말이 쓰이며 일본에서도 명태(明太)는 한자를 그대로 써서 ‘멘타이(めんたい)’로 읽고, 명란젓은 ‘멘타이코(明太子)’라고 읽는다. 현재 우리나라가 많은 양의 명태를 수입하는 러시아에서도 명태를 ‘민타이(минтай)’로 읽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명태의 ‘종주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수산물 소비가 가장 많은 한국에서 명태는 많이 먹는 생선 중 으뜸으로, 어딜 가든 빠지지 않는 친숙한 식재료다. 명태는 버리는 부위 없이 다 먹을 수 있는데 명태순대, 명태식해, 생태찌개, 생태매운탕, 동태찌개, 동태전, 황태구이, 황태찜, 북엇국, 북어무침, 코다리(반건조 명태) 조림과 강정, 술안주로 즐겨 찾는 노가리 등으로 조리된다. 특히 명태의 알은 명란젓으로, 창자는 창난젓으로 만들어져 소위 ‘밥도둑’ 반열에 올랐다. 명태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국물 요리 때문이다. 명태는 국물을 시원하고 맛있게 만들어 줘 국물 요리가 많은 한국에서 선호도가 높다. 일본의 경우는 명태의 생선 살은 선호하지 않지만 명란젓만큼은 밥반찬으로 선호도가 높아 명태를 알만 제거하고 수출하기도 한다.

겨울이 성어기인 명태는 얼려서 말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가공법인 동건법(凍乾品)으로 가공돼 유통됐으며 관혼상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식품이었다. 이러한 가공법의 개발이 명태의 대량어획을 가능하게 했는데, 1940년 무렵에는 동해에서 27만t 이상 잡힐 만큼 한국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였으나 현재는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해 생태 환경이 변했고 무엇보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노가리(명태의 새끼) 남획 등으로 명태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를 다시 찾기 위해 최근 ‘우리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고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때 명태 어업의 최전선이었던 강원도 고성군(거진항)에서는 매년 명태 축제를 여는데 현재는 국내 생산량이 없어 러시아산 수입 명태가 주인공이 됐다. 강원도 지역 특산품인 황태도 수입 명태를 국내에서 말린 것이어서 명태 종주국의 위상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명태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으로 특히 숙취 해소에 효능이 뛰어나다. 그중 황태는 간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성분이 많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효과가 탁월하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으로 지친 속을 시원하게 끓여 낸 명태 요리로 달래면서 새해에는 한동안 잊었던 우리 바다에서 건져낸 명태의 깊은 맛을 다시 느낄 수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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