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빠진 식품업계
우울증에 빠진 식품업계
  • 김병조
  • 승인 2007.02.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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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국내 식품관련 대기업의 75%가 식품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기준으로 따졌을 때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업체들을 상대로 실시한 ‘기업이 보는 미래유망산업 전망과 육성과제’라는 조사 결과다. 500대 전체 기업들이 자기 기업이 속한 업종이 미래유망산업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전체 평균(55.6%)보다 식품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식품산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었다.

국내 매출순위 500대 기업 중에 식품업체는 모두 24개가 포함돼 있다. 국내 식품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 대기업들이 자기 분야 업종의 전망을 이처럼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식품산업이 미래유망산업이 아닐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식품기업들이 식품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지난 2004년부터 연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기조가 3년간이나 지속되고 있고, 향후 몇 년간도 개선될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져있다고 해서 식품산업 자체가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판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여건인 의식주와 관련된 산업은 영원히 유망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향후 생명공학 등과 연계할 경우 식품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돼 선진국에서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다. 다만 경쟁력이 관건이다. 식품기업들 스스로가 이번 조사에서 밝혔듯이 기술력 제고(33.7%)와 인프라 구축(26.1%), 관련제도 개선(25.6%) 등이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식품산업도 유망한 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식품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은 왜일까.

필자가 볼 때는 국내 식품업계가 우울증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2004년의 만두파동에 이어, 2005년 김치파동, 2006년 과자공포 사건 등 사실상의 해프닝으로 끝난 각종 식품안전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업계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증대돼 최근의 ‘노 트랜스’ 열풍처럼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성장이 없는 가운데 원가부담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식품산업 지원책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니 업체들이 식품산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

국내 식품산업의 국제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의 유수 식품기업들은 4%대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식품업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기술력 제고를 위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R&D 투자를 늘리려고 해도 여력이 미치지 않는다. 세계 1000대 기업 중에 식품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17개)나 되지만 그 중에 우리나라 식품기업은 CJ(주) 단 하나밖에 없다. 1000대 기업 중에 식품기업은 2004년 115개에서 2005년 117로 2개가 늘어났지만 식품기업 중에서 CJ의 등위는 55에서 59위로 밀렸다.

국내 매출순위 500대 기업 중에 식품기업은 24개로 5%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볼 때 1000대기업 중 식품기업이 12%나 되는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국제적인 위상은 차치하고라도 국내에서조차 식품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식품산업을 육성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미래유망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기업들이 국내 식품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치유책을 마련해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고 판단된다. 우울증은 스스로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주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가 치료가 어려운 가운데 주위의 관심과 도움까지 없다면 우울증 환자는 자살이라는 비극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보기에 국내 식품업계는 지금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증세는 스스로 치료하기에는 중증 상태로 보여 진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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