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식품 유통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유기식품 유통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 관리자
  • 승인 2006.06.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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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에 있어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완전한 정보를 갖고 거래를 할 수 있어야 그 시장이 효율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거래에 있어서 완전한 정보를 갖기도 어렵고 거래 당사자간에 균형적인 정보를 소유하고 거래에 임하는 것 역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유기식품 거래에서의 정보 불균형은 유기식품 유통을 더욱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산물 및 유기식품의 수요의 급증과 함께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웰빙 트렌드와 함께 유기식품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나, 생각처럼 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유기식품에 대한 잠재수요가 소비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거래에서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거래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이 크면, 불신으로 인해 잠재수요가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거래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에 있어서, 공급자나 수요자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이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돈을 빌리는 기업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기식품 판매자는 거래하는 식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소비자는 그렇지 못하여 거래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물론, 거래에 있어서 판매자만이 정보를 가질 때도 있고, 반대로 구매자만 정보를 가질 때도 있을 것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인 경우는 구체적으로 다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로 재화의 특성이 감추어졌기 때문에 정보가 다른 경우이다. 두 번째로는 감추어진 행동(hidden action)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감추어진 행동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성이나 행동이 감추어져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한다. 역선택이란 정보가 비대칭적일 때 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방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때 역선택이 일어났다고 한다. 또한, 행동이 감추어져 있는 경우에, 정보를 가진 측은 정보를 갖지 못한 측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와 같은 행동을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그렇지 못했다는 뜻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러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는 시장에서의 수요를 위축시키고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유통의 비효율성을 높게 한다.

유기식품시장의 경우,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해당 식품에 대해 판매자만큼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사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유기식품이 진짜 유기식품인지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싼 값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제대로 된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생산한 유기식품도 시장에서는 제 값을 못 받게 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진정한 유기식품의 생산은 줄어들고 시장에는 값싼 거짓 상품이 주로 거래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문제가 많은 유기식품이 시장에 많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정보를 갖지 못한 측이 정보를 갖고 있는 측의 역선택’에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유기식품 거래에 있어서 이러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는 우리 유기식품과 해당 생산자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조장할 수 있고 유기식품 유통효율성을 저해하고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며 결국 시장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유기식품과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 시장에서는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공인된 인증을 나타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유기농산물은 친환경농업 육성법에 의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 인증기관들로부터 인증마크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유기식품은 인증제도는 없고 단지 표시제도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국내에 인증제도가 없다 보니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통관 시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수출국 인증기관의 인증서 확인만으로 ‘유기’ 표시가 가능하고 국가마다 서로 다른 인증마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장상황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소비자는 유기식품을 신뢰하기가 어렵게 되고 분명히 수요는 높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유기식품을 믿고 소비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유기농산물은 농림부, 가공식품은 식약청이 담당하는 관리의 이원화 문제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고 유기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기식품 인증제를 포함한 바람직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자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거래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함께 할 때, 웰빙 트렌드에 따른 유기식품의 잠재적 수요가 소비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유기식품시장의 성장으로 결실 맺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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