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음식을 다시 생각한다
[오피니언]음식을 다시 생각한다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09.0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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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음식은 중요한 2가지 필요 때문에 매일 계속 먹고 있다. 첫째는 생체에서 느끼는 배고픔의 해결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들어가면서 느끼는 즐거움, 즉 동물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생체로서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 공급, 즉 생리적 필요를 채워주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은 필수이지만 소일런트를 개발한 롭 라인하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개발한 소일런트는 완두콩의 단백질, 현미, 아마씨, 코코넛,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 등을 혼합해 만든 완전식이라고 주장하는 음료형 분말음식이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의 영양보다는 맛과 식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세뇌됐다고 주장하면서 ‘Huel’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Huel은 인간(Human)과 연료(Fuel)를 합친 말이다. 그는 식품업계가 그동안 영양은 배제한 채 음식이 가진 감각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특성만 과도하게 강조해 편향된 상품을 개발, 소비자의 눈길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일렌트를 개발한 라인하트는 음식을 사는 데 쓰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대체식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햄버거 같은 간편식에 부족하다고 느낀 비타민 등을 보충해 이상적으로 조합된 파우더 믹스 음료를 개발했다. 이러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음식이 없는 삶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주장했으며 특히 30일 동안 음식을 한 입도 먹지 않으면서 소일런트로 건강을 유지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맛, 향, 조직 등은 우리 인체의 생리현상, 즉 영양과는 전연 상관이 없다. 단지 오감을 즐겁게 하며 삶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작용을 기대하는 것이다. 초식동물이 과연 무엇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전연 맛이 없는 풀만 먹고 살까. 가장 중요한 것이 생존에 필요한 영양 섭취다. 인간은 동물을 사육하면서 자연에서 얻어지는 풀의 소화성을 높이기 위해 쇠죽을 쑤어 먹여 힘을 더 쓰게 만들고 비육률을 높이려 노력했다. 여기에 곡물까지 추가해 맛보다는 영양섭취량을 늘리고자 했다. 이 모두가 인간이 축적한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동물을 사육해 얻고자 하는 산물, 즉 고기나 우유의 생산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였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냥으로 살아가는 사자나 하이에나는 먹이로 잡아먹는 동물을 생체 그대로의 고기를 먹지, 가열 처리하거나 발효해서 먹지 않는다. 인간만이 먹을 수 있는 수많은 음식 재료를 골라 별별 방법을 동원, 가공 처리해서 먹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관능적 감각을 충족시키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출한 방법이 가열, 추출, 농축, 증류 방법이다. 사탕수수에서 단맛을 내는 설탕을 분리해 순수하고 농도가 높은 결정화된 설탕을 만들었는가 하면 올리브나 참깨, 들깨 등 기름이 많이 든 씨에서 기름을 짜서 순수하고 맑은 기름을 얻었고 팜 씨에서 더 많은 순수 식용기름을 얻어 세계 가공식품 공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육류의 가공제품은 어떤가. 분쇄, 혼합, 가열처리 방법을 동원해 구수하고 감칠맛 나게 만든 제품들,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햄, 베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인이 삼겹살 구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돼지기름을 고온 처리할 때 생성되는 향과 맛이 식감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나 소주는 전분질 곡류나 당분이 함유된 과실을 효모로 발효해 얻어지는 알코올을 증류시켜 농도를 높인 증류액을 얻어 향을 개선하기 위해 재처리한 알코올성 음료이나 결국 증류 방법이 바탕이다.

이처럼 인간의 지혜 발달로 모든 식재료가 자연 그대로 사용되기보다는 수많은 처리 과정을 거쳐 분리되거나 농축, 가열 방법을 통해 주로 영양적인 면보다는 맛과 향을 개선하기 위한 처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고도로 발전한 가공 방법을 사용하면 정제된 성분에 치우쳐 필요성분이 결여된 영양결핍 현상이 오는가 하면(정제된 과량의 당류나 기름 등) 고온 가열처리에 의한 위해물질의 생성 등도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당뇨, 비만은 식이성 질환이다. 소일런트와 같은 극단적 조합 식품보다는 덜 가공처리 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 섭취로 원시시대부터 먹어왔던 식재료를 더 많이 섭취해 우리 건강을 지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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