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감정
설득과 감정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3.07.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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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연일 정치권이 생사를 걸고 논쟁을 거듭하며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하고 있다. 난데없이 수산물이 잘 소비되지 않아 어민과 수산물 외식산업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오염수는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부터 모아둔 오염 지하수를 말한다.

일본은 12년간 오염수 처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류 계획을 처음 밝히고 그 계획을 평가해달라는 2021년 이후 2년에 걸쳐 검증한 최종 종합보고서에서 “오염수는 과학적으로 처리되었으며 오염 처리수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무총장이 우리나라까지 와서 “검증에 나선 원자력 전문가 모두가 안전하다고 했다”면서 설득하고 나섰다. 그러나 과학적인 논거로 아무리 설득해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광우병 선동, 사드 선동과 같은 괴담”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핵 오염수 해양투기”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뜨거운 사회적인 이슈에서 일상의 사소한 것까지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설득을 당해 그의 의견을 따라서 행동하거나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중에 설득하거나 설득을 당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설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주장대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설득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주장이 아닌 내용에 설득당하는 것은 이용당하거나 손해 보는 것이다.

설득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하는 것’, 또는 ‘설득하는 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이 행동하게 하는, 힘을 지닌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표현돼 있다. 설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설득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의견 등에 따르도록 하는 의사소통이다. 설득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 조직구성원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야 하는 리더,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민원 담당자, 다른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인 등에게는 필수적인 의사소통 형태다. 광고도 한 장의 사진, 짧은 동영상이나 문구 등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의사소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떻게 하면 설득을 잘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수단으로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를 제시했다. 로고스는 메시지의 논리, 에토스는 연사의 인격,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인 에토스와 청중의 감정이나 정서인 파토스는 감성적인 것으로 논리적인 로고스에 비해 설득에서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내용은 오늘날의 설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에토스와 파토스는 신뢰와 감정적인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정감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고 로고스는 논리적인 측면에서 이성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논거를 통한 설득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로고스보다 청중에게 신뢰를 주느냐의 문제인 에토스와 청중의 감정이나 정서에 수용되느냐의 문제인 파토스가 더 중요하고 영향력이 크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부정적 감정이 합리적 사고, 판단 등을 담당하는 대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제품 품질사고, 산재사고, 재난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관계 책임자가 논리적으로 사고의 불가피성을 설명해 설득하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피해자들은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고 분노하고 반발한다. 설득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볼 때 그 불가피성이나 애로사항 등이 충분히 이해되고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설득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피해로 인해 감정이 상처를 입었고 이 부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데 사과 발언은 없고 논리적인 불가피성이나 애로사항을 주장하는 논리적인 로고스 설득을 하니 사달이 나는 것이다. 

설득하는 사람은 성급하게 논리적인 로고스 설득을 하기보다 감정적인 파토스 설득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논거로 빠르게 이성적인 설득을 하겠다는 것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파토스를 먼저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설득 방법이다. 한편으로 설득당하는 사람은 성급하게 감정에 호소하는 쪽의 설득에 넘어가는 것보다 논리적인 접근으로 따져 보는 것이 이용당하지 않고 손해를 보지 않는 지혜로운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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